중국에서는 경제 상황이 바닥인 가운데 주택과 증권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기업의 편법 ‘빚투자’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가운데 기업들이 싸게 돈을 빌려 본래 취지의 생산 부문이 아닌 자산 거품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차이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연구실(NIFD)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정부, 비금융 기업, 가계 등을 망라한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9.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245.4%) 보다 무려 13.9%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겨우 1.7%포인트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올해 1·4분기 세부적으로 기업 부채율이 161.1%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151.3%) 보다 9.8%포인트가 증가해 전체 증가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계부채는 55.8%에서 57.7%, 정부 부채는 38.3%에서 40.5%로 각각 1.9%포인트와 2.2%포인트 늘어났을 뿐이다.
물론 올해의 총부채는 1·4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6.8%나 감소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부채율을 구성하는 분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 부채 급증은 인상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생산설비에 대한 기업의 신규투자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시장금리를 낮춘 가운데 돈을 빌린 기업들이 증시와 부동산 등에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동산과 증권 시장은 오히려 활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 중국 주요 70개 도시 신축주택 가격이 전달에 비해 0.49% 올랐는데 이는 7개월 만의 최대치다.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회사법인을 앞세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제공되는 저리 대출을 받아 주택 투자에 쓰는 편법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인민은행이 긴급 대출 전수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4월 이후 무려 25%가 급등했으며, 증시거래 대금은 최근 6거래일 연속 1조5,000억위안을 넘어섰다.
이러한 기업대출 수요에 따라 올해 상반기 사회융자 증가액도 20조8,300억위안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조위안 늘어났다. 사회융자는 은행 대출에 채권 발행액 등을 모두 합쳐 전체 유동성 증감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의 부채 증가와 이의 편법 사용에 결국 중국 정부가 엄중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은행보험업관리감독위원회는 11일 성명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 비율이 상승 중인 가운데 일부 자금이 규정에 어긋나게 주택과 증권 시장으로 흘러가 자산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상황도 그리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가 5월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개된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6조 위안 이상의 추가 재정투자를 예고했고 또 시장 금리도 지속적으로 낮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을 경우 이는 모두 빚으로 남아 부채율을 끌어올리게 되는 셈이다. NIFD는 앞서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가운데 부양 정책의 강화로 올해 총부채 비율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