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유예 없이 증여 취득세 인상' 기습 발의..."집 가진 게 죄냐"

[부동산 징벌과세에 거세지는 반발]

與 '12% 인상' 개정안에 "공포한 날부터 시행" 내용 포함

"언제부터 집 물려주는 게 범죄 됐나" 靑게시판 불만글 폭주

징벌과세 쏟아내면서 세부사항은 나중에...시장 혼란 부채질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과 함께 ‘7·10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경제DB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과 함께 ‘7·10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다주택자의 증여 ‘꼼수’를 막겠다며 증여에 대한 취득세를 올리겠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증여가 ‘꼼수’가 됐습니까. 최대 50%의 증여세를 내고 자식에게 증여하는 것이 언제부터 범죄시된 겁니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4일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이 게시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수백 명이 동참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증세 방안에 반발하는 글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징벌성’ 세금을 물리면서 시장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증여 취득세 12%로 인상 “유예 없이 즉시”=14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발의했다. 핵심은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주택을 증여·상속할 경우 취득세를 12%까지 물리도록 하는 내용이다. 세 부담이 높아진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는 대신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회피하는 우회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6·17대책’ ‘7·10대책’에도 포함돼 있지 않던 것이다. 우회 시도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입법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유예기간 없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을 개정안에 넣은 점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경험상 증여가 실제 이뤄지기까지 보통 2주일 정도 소요되는데, 이 과정을 조금 서두르고 법 통과 후 공포까지 걸리는 기간을 감안해도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지금까지는 ‘조금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시간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징벌 과세 쏟아내면서, ‘세부사항은 나중에’=연일 징벌적 과세 방안이 쏟아지면서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6·17대책과 7·10대책을 통해 징벌적 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규정은 나중에 결정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예로 정부는 2주택자부터 취득세를 중과한다고 했지만 시행 시점, 소급적용 여부 등을 밝히지 않아 혼선만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혼란이 이어지자 행정안전부는 뒤늦게 ‘일시적 2주택자’는 중과세율 적용을 배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시적 2주택자’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환수와 관련해서도 소급적용 가능성을 내비치다가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기존 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유지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안내하겠다며 두루뭉술 넘어갔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 특히 징벌적 과세에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청원인은 “화풀이식 세금 정책은 조세저항을 부를 뿐”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행동으로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지난 13일 네이버에 ‘조세저항 국민운동’이라는 검색어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집회와 헌법소원 등 다방면의 조세저항 방식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조세 정책을 통한 규제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이라며 “이런 징벌적 조세만으로 부동산시장을 잡으려 한다면 부작용이 너무 커질 수 있다. 국민들의 조세저항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양지윤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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