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선벨트




미국의 ‘선벨트(Sunbelt)’는 태양이 비치는 지대라는 뜻을 가졌다. 북위 37도 이남의 따뜻한 지역으로 미국 남부의 총 15개 주에 걸쳐 있다.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에서 조지아·루이지애나·오클라호마·텍사스·뉴멕시코·애리조나를 거쳐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에 이른다. 1970년대까지 목화를 재배하고 수출용 벼농사를 지었던 농업지역이었다. 기후가 온화하고 공기가 맑은데다 풍부한 석유와 넓은 토지, 저렴한 노동력, 세금 혜택 등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항공·전자·군수 등 첨단산업이 들어섰다. 현재 미국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공화당의 전략가 케빈 필립스는 북동부 및 5대호 연안의 ‘스노벨트(Snowbelt)’에 대비되는 지역으로 1967년 선벨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는 1969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백악관 보좌관을 맡은 뒤 출간한 ‘공화 다수당 시대의 도래’라는 책에서 선벨트를 공식화했다. 그는 선벨트 지역의 지지 덕분에 공화당 후보 닉슨과 보수 색채의 제3당인 미국독립당 후보 조지 월리스가 얻은 표가 57%에 달했다며 “민주당 시대가 끝나고 미국 정치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재력을 갖춘 선벨트 기업가들이 동부 명문대인 ‘아이비리그’ 출신에게 강한 반감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지역감정을 활용해 닉슨을 승리로 이끄는 데 공을 세웠다. 1964년 이후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선벨트 출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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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선벨트 지역 대선 레이스의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12일 플로리다주의 신규 확진자 수가 1만5,300명에 달하는 등 선벨트 지역의 감염 상황이 심각하다. 불똥은 11월에 실시되는 대선으로 튀고 있다. 최근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초접전을 벌이고 플로리다주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6%포인트 우위에 있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이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 후여서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민정 논설위원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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