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개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선택받은 자’는 단 두 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악수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은 개원연설을 마치고 뒤를 돌아 박병석 국회의장과 손을 잡았다. 다른 한 명은 문 대통령에게 먼저 악수를 청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였다. 문 대통령이 개원연설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특별 당부한 만큼, 야당 원내대표가 건넨 손을 맞잡으며 협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30분 가량의 개원연설에서 ‘협치’를 다섯 차례 언급했다. 20대 국회의 과오를 “협치의 실패”로 진단한 문 대통령은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하다”며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야당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각 당의 상징색이 어우러진 넥타이를 매고 연설대에 올라 협치에 대한 의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각 당의 상징인 파랑(더불어민주당), 분홍(미래통합당), 노랑(정의당), 주황색(국민의당)이 한 넥타이에 조화롭게 디자인된 것으로 이는 협치를 의미한다”며 “여야가 하나로 똘똘 뭉쳐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21대 국회가 되기를 바라는 여망을 담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야당 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연설을 끝낸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 통로를 지날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립 박수로 호응했지만, 미래통합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통합당 의원들은 ‘규탄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옷에 매달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원 구성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인 통합당이 항의의 의미로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구 쪽에 서 있던 주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동하는 문 대통령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국회의장과 대통령과의 악수는 통상적인 개원식 식순이었지만, 주 원내대표와의 악수는 협치를 향한 의지가 담긴 제스처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주 원내대표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을 당시에도 협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두 원내대표에게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