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앞두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 해명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 피해 회복과 국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판 뉴딜’ 등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은 박원순·윤미향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좋은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원순의 죽음과 관련해 명확한 태도를 표명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 또는 청와대가 박 시장의 성추행 피고소 사실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비대위 회의실 배경 글귀를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로 교체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이 사전에 이걸 (박 전 시장 측에) 알려줬는지, 청와대가 알려줬는지 분명한 해답을 얘기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자체 조사에 나서서 이 사태를 파악하겠다는데, 성범죄를 조장한 의심을 받는 서울시가 그런 능력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시장에게 전달했느냐,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청와대가 박 시장에게 전달했느냐, 그래서 박 시장이 죽음이라는 굉장한 결단을 내린 배경이 어떻게 되느냐를 검찰이 철저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의 유고를 둔 정부와 여당의 이중적인 행태도 도마 위에 올렸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에선 박 시장이 대단한 사람인 양 공(功)이 어떻고 과(過)가 어떻다고 얘기하지만, 과거 정부에 대해선 공은 하나도 인정 안 하고 과만 얘기하는 사람”이라며 “박 시장 사태와 관련해서만 공과 과를 분리한다”고 꼬집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국정조사와 청문회 소집 요구에 즉각 응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윤미향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다루고 조사하기 위한 상임위 소집에 마지못해서 응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서울시 내부에서 여러 제보가 왔다고 주장하며 청와대가 박 시장에 대한 피의사실을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개원연설로 시작하는 21대 국회 개원식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는 “본회의 강제 소집, 상임위원 강제 배정, 상임위원장 민주당 독식, 이런 의회 독재 행태를 보면 개원식이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