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가 17일 김봉곤 작가의 첫 소설집인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판매를 중지했다. 둘 다 타인의 글을 무단 인용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이날 오후 공지 글을 통해 “17일 SNS에서 김 작가의 ‘여름, 스피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작가는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학동네는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고 추가 조치를 위해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판매 중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문학동네는 “추가 조치가 마련되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다”며 “피해자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학동네의 이날 조치는 SNS를 통해 아무개씨가 자신을 “김 작가의 데뷔 표제작 ‘여름, 스피드’의 영우”라고 밝히면서 김 작가에게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가 앞서 문제가 된 ‘그런 생활’의 C 누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처럼 동의 절차 없이 소설 도입부에 무단으로 인용됐다고 폭로한 데 따라 취해졌다.
‘여름, 스피드’는 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했으나 답이 없던 영우라는 인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다시 만나는 퀴어 소설이다. 김 작가는 2016년 등단 이후 스스로 게이 작가임을 밝히면서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자전 소설을 써왔다.
아무개씨는 “그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상을 수상하고 여러 보도자료에 등장하며 소수자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듯이 고결한 말들을 내뱉을 때마다, 중쇄며, 일만 부 기념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괴롭고 괘씸했고 죄책감을 갖긴 할 까 궁금했다”며 “이거야 말로 진짜 소설 감인데 김 작가는 알까 싶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김 작가의 몰락을 바라며 쓴 글이 아니다”며 “오토픽션이라는 이름 하에 행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갈취가 실재하는 인물들에게 가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다시금 알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작가의 동의 없는 타인의 사적 글 무단 인용 문제는 앞서 ‘그런 생활’ 속 등장 인물 ‘C 누나’가 폭로하면서 세간에 실체가 드러났다. 본인을 실재하는 ‘소설 속 C 누나’라고 밝힌 C씨는 김 작가와 나눈 사적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김 작가의 ‘그런 생활’에 무단 인용된 점에 대해 작가와 출판사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의 직접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책을 낸 문학동네와 창비 측이 C씨가 요구한 ▲수상 취소 ▲수정 ▲수정 이유 공지 등을 신속히 수용하지 않았고,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독자와 일부 작가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결국 두 출판사는 독자와 피해자 C씨에게 사과하고, 해당 작품이 수록 된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시절과 기분’을 각각 리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폭로가 이어짐에 따라 양 출판사는 추가 조치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