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2%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1998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특히 2월 전망치(2.1%)를 3개월 만에 2.3%포인트나 낮춰 잡았는데 한은이 짧은 기간에 이 만큼 큰 폭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당시 한은은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별 전망치까지 발표했습니다. -0.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4분기에 정점을 찍고 봉쇄조치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기본 시나리오보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진정되고, 봉쇄조치도 빠르게 완화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0.5%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비관 시나리오 입니다. 비관 시나리오는 확진자 수가 3·4분기에 정점에 이르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고 봉쇄조치를 푸는 속도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완만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1.8%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내년 성장률도 기본 3.1%, 낙관 3.8%, 비관 1.6% 등 시나리오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은이 이처럼 시나리오별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5월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비관 시나리오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일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으로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봉쇄조치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도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소비 활성화에 나서는 등 감염병 대응보다 경제 살리기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6월 말까지도 이어집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6월 말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점검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활동이 속속 재개되면서 당초 예상한 기본 시나리오(-0.2%)를 크게 벗어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질·인도 등 신흥국에서 확진자 수가 대거 발생하면서 진정되는 시점은 늦춰지고 있지만, 각국이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이동제한을 완화하면서 차별화(decoupling)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은 불과 3주 만에 뒤집어졌습니다. 한은은 지난 16일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금년중 경제성장률은 5월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이 총재는 “불과 3주이기는 하더라도 중요한 상황변화가 있었다고 본다”며 “수출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감소폭이 대단히 컸고, 이는 2·4분기 성장전망치가 낮추는 결과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도 2·4분기 정점을 찍고 3·4분기부터 조금씩 수그러들 것으로 봤는데, 7월 둘째 주까지 오히려 코로나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총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우려가 들 정도로 진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정부마저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정부는 6월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은(-0.2%)보다 낙관적인 0.1%를 성장률로 제시했습니다. 경기 상황에 대한 정부 인식을 보여주는 지난달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도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7일 발표된 7월 그린북에서는 “수출과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한 달 만에 신중한 모습으로 돌아섰습니다.
설마 하면서 적어내린 최악의 시나리오가 차츰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총재는 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결국은 우리나라 경제 뿐 아니라 세계 경제 향방은 코로나19 전개상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전제 아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진 안 갈 것 아니냐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연 이번엔 이 총재의 예상이 들어맞을지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