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디게임의 등용문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이 올해도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번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지난 18일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올해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심사위원들을 만났는데요. 그중에서 어떤 인디게임이 구글의 선택을 받았는지, ‘톱3’ 최종 우승작을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우선 결승전인 ‘톱10’에 진출한 게임과 제작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궁금하신 독자분들을 위해 줄거리도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해봤습니다. 이 중에서 혹시 이미 들어봤거나 해본 게임이 있으신가요?
△그레이트 소드-스틱맨 액션 RPG(올리브크로우)
“검 한 자루로 적을 무찌르고 함정을 돌파하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
△더스트: 마지막 생존자(아이아이스튜디오)
“전염병에 감염된 좀비를 피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기반 액션 게임”
△매직서바이벌(LEME)
“바이러스에 걸려 변이된 정령을 마법으로 처치하며 생존하는 캐주얼 슈팅 게임”
△소드마스터 스토리(코드캣)
“소드마스터가 복수를 위해 모험과 전투를 벌이는 캐릭터 수집 액션 롤플레잉 게임”
△용사식당 (팀타파스)
“사냥을 통해 식재료를 모으고 식당을 운영해 용사를 도와 세계를 구하는 롤플레잉 게임”
△익스트림풋볼: 3대3 멀티 축구(나인엠 인터렉티브)
“6명의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대전할 수 있는 축구 게임”
△큐브이(이즐)
“차원 여행자 큐비와 함께 172개의 유적을 탐험하며 퍼즐을 푸는 어드벤쳐 게임”
△프로젝트 마스(문틈)
“화성에서 생존해 자원을 모으고 행성을 개조하는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
△캣 더 디제이(캐츠바이스튜디오)
“직접 디제잉을 배우고 디제잉 믹스셋을 만들 수 있는 음악 게임”
△샌드샤크: 소년과 바다 (가방맨스튜디오)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소년이 사막에서 샌드샤크를 사냥하는 게임”
줄거리를 쭉 읽어봤습니다. 화성 생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식량, 물, 산소 등 자원을 모으는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프로젝트 마스)부터, 디제잉을 배울 수 있는 음악 게임(캣 더 디제이)까지 일단 장르적인 다양성이 돋보였습니다.
게임 플레이 전 줄거리만 봤을 때 가장 흥미가 가는 게임은 팀타파스의 ‘용사식당’이었습니다. 사냥을 통해 식재료를 모으고 식당을 운영한다는 판타지 세계관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추억의 모바일 게임 ‘놈’을 연상시키는 ‘졸라맨’ 액션게임 ‘그레이트 소드’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이날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는 각 게임사의 흥미로운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가 살짝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캐츠바이스튜디오는 DJ로 활동하다가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영상을 보고 ‘디제잉’ 대중화를 위해 무작정 게임 개발에 뛰어들어 2년만에 ‘캣 더 디제이’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나인엠(9M) 인터랙티브 팀은 ‘피파’로 유명한 EA(일렉트로닉아츠)를 단체로 박차고 나와 최대 6인이 함께 실시간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익스트림풋볼’을 개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149개의 작품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은 △매직서바이벌(LEME) △용사식당(팀타파스) △프로젝트 마스(문틈) 세 작품이 차지했습니다. 이들 게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배너 광고를 지원받고, 스폰서인 엔씨소프트로부터 각각 1,500만원의 개발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심사에는 구글플레이 사업개발팀, 네오위즈 투자사업팀 등 전문가 6인과 유저 심사위원이 참여했습니다.
세 게임을 직접 설치해 잠깐 플레이해봤습니다. 먼저 매직서바이벌은 개인적으로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하다고 느꼈던 게임입니다. “물량공세로 승부한다”는 개발자 소개처럼, 무한증식하는 ‘정령’들로부터 간단한 조작을 통해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버티면 됩니다.
오락실 게임처럼 요리조리 정령들을 피해가면서 스킬을 레벨업하는데, 플레이어는 방향을 조작하기 위해 스크린 터치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수 분간 스크린에서 말 그대로 손을 못 떼고 게임을 즐겼습니다. 다크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더군요.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인디게임의 ‘정석’과도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벌써 10만 명이 넘게 다운받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용사식당은 출품작 중 가장 유명한 ‘중고신입’입니다. 2019 게임대상 인디게임상 수상작으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아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받아 즐기고 있습니다. 팀타파스의 전작인 ‘표류소녀’ 역시 ‘2016 구글플레이 올해의 혁신적인 게임’에 선정되는 등 소소하게 입소문을 탔었죠.
게임을 시작하면 귀여운 일러스트가 먼저 ‘덕심’을 자극합니다. 자동전투 요소가 결합된 RPG 전투게임인데, 흔히들 아는 전쟁 시뮬레이터류와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쉬운 점은 “레시피에 필요한 재료를 구한다”는 설정 외에 생각보다 요리라는 요소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는 점. 가벼운 방치형 미소녀 전투게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제격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마스입니다. 화성에서 살아남는다니, 일단 설정 자체가 화려합니다. “아무래도 X됐다”는 첫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 기반 영화 ‘마스’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프로젝트 마스 역시 조작법은 간단합니다. 자원을 모으면서 카드를 선택해 탐사대원, 건물, 자원의 종류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원들이 죽으면 게임도 끝납니다. 생존을 위해서 카드 선택을 거듭해야 하는데, 뭐가 더 나은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우유부단한 게이머인 저에게는 약간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매번 새로운 덱 빌딩을 통해 최고의 덱을 찾아내는 것 또한 게임의 재미겠죠.
이퀄라이징 문제인지 일부 효과음이 좀 튀기도 했는데요. 아직 베타 버전인 만큼 정식 버전이 더욱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파워퍼프걸’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를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됐습니다. 이후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프로그램이 확산돼 일종의 ‘역수출’ 페스티벌로 거듭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5회에 걸쳐 총 1,327개 개발사가 참가해 무려 1,427개의 게임을 출품했습니다. 글로벌 2,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어비스리움(아이들상상공장)’, ‘비트레이서(릴라소프트)’ 같은 유명 게임을 배출하기도 했죠.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게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역시 출시 시점에는 1인 개발로 만들어진 인디게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신박한’ 인디게임이 게이머들을 만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