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보듯 신규 확진자 수를 확인한다. 마스크는 눈 나쁜 이가 안경을 쓰듯 삶의 필수품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 전체를 바꿨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 누구보다 바삐 뛰어다닌 이가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그 주인공이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처장은 “팬데믹 장기화가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식약처의 역할은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약처의 전문성을 강화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돕고 식약처에 사전상담과와 신속심사과를 신설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을 보다 빠르게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담=박태준 바이오IT부장 june@sedaily.com
“되돌아보면 모든 게 속도전이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K방역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식약처의 허가 과정이 느리다는 말이 많았는데 원인을 분석해보니 저희가 기대했던 수준의 자료 제출이 개발업체의 입장에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품목허가 신청 전 상담을 진행하면 보다 더 빠른 품목허가 진행이 가능할 것 같아 이를 전담하는 부서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처장은 사전상담과와 신속심사과를 오는 8월 중 신설해 신약·신의료기기 허가기간을 기존 370일에서 최대 240일 줄인 130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허가 의약품과 의료기기 품목 역시 올해부터 5년간 54건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처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석권했고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신약 기술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식약처도 앞장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바이오가 뜨겁다. 우리나라의 진단키트는 10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순조롭다. 이 처장은 “규제기관으로서 식약처의 어깨가 무겁다”며 “국내 안전관리뿐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 맞춘 ‘규제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우리 의약품이 진출하는 국가와 동등한 수준의 의약품 승인 기준을 통해 ‘식약처가 인증했으면 우리나라에서도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처장은 “진단키트의 경우 중국의 진출이 우리보다 빨랐지만 낮은 품질 문제로 판매에 이르지 못하고 좌초됐다”며 “식약처가 해외 시장에서 신뢰를 받아야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제품이 해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각국 규제기관과의 교류를 늘리고 있다.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유럽연합(EU)의 화이트리스트에 식약처를 등재해 우리 의약품 제조관리 수준의 우수성을 증명했고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정회원으로 참여해 우리 의약품의 안전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식약처가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의 ‘인공지능(AI) 의료기기 국제규제실무그룹(AIMDs)’ 초대 의장으로도 선정됐다. 이 처장은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5개사 36개의 AI 의료기기를 허가했다”며 “국산 AI 의료기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처장은 “조금 더 적극적인 행정을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에서 화장품·문신까지 관리 범위가 늘어나고 기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세포 의약품, 밀키트 등 관리 대상이 전문화되는 등 식약처에서 관리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데 비해 인력충원은 너무 늦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식약처도 한정된 자원으로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외부 병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품목허가 심사과정에 참여시키기도 하고 인공지능학회의 도움을 받아 의료기기와의 접목을 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식약처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서 품목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인보사 사태’가 발생했다. 초유의 품목허가 취소사태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위장약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된 ‘라니티딘’ 사태가 일어났고 유방 보형물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돼 전량 회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의 40%를 장악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허가서류를 조작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메디톡스가 각각 처분의 과중함을 언급하는 가운데 이 처장은 “정부를 속이려는 업체에 대해 강한 메시지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 산업은 일반 가공품을 만드는 산업과 달라야 하는 만큼 엄격한 윤리성과 규제당국과의 신뢰관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신뢰와 윤리가 없으면 산업을 지탱할 수 없다”며 “업계에서 안전에 큰 위해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자료를 조작하고 조직적으로 몇 년에 걸쳐 정부를 속였는데 식약처가 이를 두고만 본다면 후발기업에 좋지 않은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식약처의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사인력의 양과 질을 강화하는 게 첫 목표다. 한때 식약처에는 심사인력 중 의사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했다. 최근 개발이 이뤄지는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작용기전상 병리학을 전공한 의사가 심사에 적합한데 처우와 지방 근무를 이유로 충원이 쉽지 않다. 이 처장은 “취임 이후 가장 가슴 아픈 지적이 국내 바이오벤처가 식약처 대신 FDA 등 해외 규제기관에 임상시험을 신청하는 것”이라며 “올해 의사 18명을 충원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FDA 심사인력은 식약처의 20배입니다. 저희도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여건상 쉽지 않아 계약직 위주로 뽑고 있습니다. 식약처 내 계약직이 1,000명으로 전체 직원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안정된 직장이 아닌 만큼 이직도 잦습니다. 기업이 식약처 근무경력을 가진 인재를 원하는 측면도 있고요. 국민의 안전을 다루는 부처인 만큼 정규직 비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013년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처로 독립했다. 이 처장은 지난 7년을 “다른 부처에 비해서는 예산 규모 등이 매우 작지만 단계적으로 커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산도 첫해 700억원에서 올해 5,000억원을 넘길 만큼 많아졌고 독자적으로 정책을 기획하는 능력도 커졌다. 이 처장은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라는 부분에서 식약처의 관리능력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며 “안전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식품과 의약품이 품질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리=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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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서울 △1981년 계성여고 졸업 △1985년 서울대 약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 약학석사 △1990년 미국 아이오와대 약학박사 △199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팀 선임연구위원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장 △2006년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부교수 △2012년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 △2013년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회장 △2015년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회장 △2019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