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상 영업점' 신설...온·오프 경계 허문 신한銀

[진옥동 행장의 영업방식 실험]

디지털 뱅킹 선호고객 전담관리

은행권 최초 성과평가까지 분리

기존 영업점 디지로그 브랜치 변신

9월부터는 찾아가는 서비스 개시




신한은행이 은행 창구 대신 디지털 뱅킹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 영업점’을 신설한다. 이전에도 은행권의 ‘디지털 브랜치(지점)’ 시도는 다양하게 있었지만 가상 영업점이 지점과 독립적으로 고객을 전담 관리하고 성과까지 평가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영업점은 보이지 않는 비대면 고객 관리와 단순 반복적인 후선 업무에서 해방돼 적극적이고 개인화된 대면 영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오는 9월부터 가상 영업점 출범과 연계해 ‘찾아가는 종합금융서비스’ 중심의 영업점 ‘디지로그 브랜치’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빨라지는 언택트흐름에 발맞춰 전통적인 은행 영업점 운영체계를 전면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그룹 산하에 독립 가상 영업점인 ‘디지털영업부’를 신설했다. 디지털영업부는 기존 지점에서 관리하던 고객 가운데 최근 1년간 은행 창구를 방문한 이력이 없고 디지털 채널로만 거래하고 있는 고객들을 넘겨받아 전담 관리하게 된다. 이들 고객에 대한 관리·서비스 실적은 기존 지점과 완전히 분리돼 디지털영업부의 성과로 별도 측정된다. 가상 영업점에 전담 고객을 배정하고 성과까지 분리해 측정하는 것은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 이뤄지는 시도다.

은행 본점의 디지털 부서가 영업점이 관리하는 고객에 대해 수신·여신 만기 안내, 상품 마케팅과 같은 후선 업무를 배후 지원하는 경우는 이제까지도 많았다. 가령 지금도 A은행의 스마트폰 모바일 브랜치에 접속하면 계좌개설·카드신청·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바일 브랜치에서도 금융 업무를 처리하려면 우선 거래를 원하는 지점이나 지역명을 입력해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모든 영업과 거래, 고객관리와 이에 따른 성과평가 등이 지점 중심으로 이뤄지는 은행의 현행 운영 체계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인 은행의 영업점 운영과 고객 관리 방식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라며 “영업점에 내점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대면 영업 수준의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의 가장 큰 무기는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제안 플랫폼이다. 하루 평균 1억2,000만건에 달하는 고객 로그 정보와 은행에 누적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빠르면 1분, 아무리 늦어도 2시간 이내에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은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또는 필요로 하는지도 몰랐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고 모바일 앱인 ‘쏠’을 통해 상담·가입 등을 100%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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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업부가 비대면 채널을 전담하는 대신 기존 영업점은 대면 채널을 업그레이드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브랜치’로 거듭난다. 디지로그 브랜치는 비대면 고객을 디지털영업부로 넘겨주면서 생겨난 여력을 더욱 개인화된 대면 영업에 쏟아붓는 식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고객 안내, 서류 분류, 각종 마감·감사 등 은행 업무의 60%를 차지하는 후선 업무도 완전 디지털화한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해 더 많은 은행원이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밖으로 나가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는 외부 영업을 하고 있지만 잡다한 업무가 워낙 많아 지점·부지점장 정도만 가능했고 상담·서류 작성 외 실제 거래 체결은 영업점에 돌아와서 해야 했다”며 “디지로그 브랜치에서는 훨씬 많은 인원이 외부 영업을 나갈 수 있고 태블릿·화상상담시스템 등을 갖춰 현장에서도 영업점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로그 브랜치를 처음으로 시범 운영할 곳은 서울 서소문지점으로 낙점됐다. 고객 연령층 분포가 넓어 업무가 다양하고 디지털 채널을 쓰는 고객 수도 평균 이상으로 많아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서소문지점은 최근 1년간 지점에 온 적이 없고 디지털로 거래하는 고객 2,300여명을 디지털영업부로 이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전국 영업점 7만4,000명 고객을 디지털영업부 전담 고객으로 재배정하기로 했다.

이런 영업 방식 실험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진 행장은 “더 이상 은행을 찾지 않는 고객에게 기존 영업점과 차원이 다른 고객 관리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며 일선 실무진에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과감하게 해보라”고 과감한 혁신 의지를 북돋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영업 방식의 혁신은 핵심평가지표(KPI)를 포함한 성과 평가까지 바꿔야만 가능하다”며 “일선 현장에서는 일부 저항도 있었을 텐데 경영진의 의지가 이번 개편을 관철시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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