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서울경제DB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승석(50) 전 애경개발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채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자신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 첫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채 전 대표가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검찰과 다툴 부분이 없어 재판은 약 10분 만에 종료됐다.
채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 요지 진술 이후 “채 전 대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범행을 자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채 전 대표에게 “변호인과 의견이 같나”라고 물었고, 채 전 대표는 “네”라고 답했다.
앞서 채 전 대표는 자신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준 혐의를 받는 병원장 김모씨와 간호조무사 신모씨의 재판에 지난달 증인으로 나와서도 이 같은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채 전 대표는 “2014년 피부 미용을 위해 해당 병원을 방문했다가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자연스럽게 중독돼 프로포폴을 찾게 됐다”며 “정신이 몽롱해지고 한두 시간 편히 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채 전 대표는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故) 채몽인 회장의 3남 1녀 중 막내다. 지난 1994년 애경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지난 2005년 애경개발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마약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채 전 대표는 법정 앞에서 “투약 사실 등을 인정했는데 다음 기일에도 혐의를 모두 인정할 건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한편 병원장 김씨와 간호조무사 신씨는 오는 23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채 전 대표 등 재벌가 인사나 연예인에게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이 과정에서 신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며, 불법 투약을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채 전 대표의 다음 재판은 내달 18일 열린다. 다음 기일에는 채 전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변호인의 변론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