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업급여로 月1조 지출...고용보험, 이대론 '밑빠진 독' 신세

[고갈시계 빨라지는 연금·사회보험]

<하> 흔들리는 고용안전판

복지확대에 코로나 겹쳐 올해도 2.1조 적자 예고

모성보호급여·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까지 '펑펑'

재정 건전성 위해 기금 징수·지출 구조 개편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안전망 정책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민을 미뤄둔 채 복지 확대 일변도의 정책에 집중해왔다. 올해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고용보험기금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등 빚까지 냈다. 전문가들은 고용의 안전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금 징수 및 지출 구조를 서둘러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2조1,8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정부가 연간 기준으로 나라 살림을 맡은 첫해인 2018년 고용보험 재정수지는 8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2조877억원이던 지난해의 적자 기록이 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은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반영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중장기 영향까지 반영하면 고용보험기금의 적자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지난 5월 국회 예정처에 의뢰해 받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 소요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4월 고용동향이 6월까지 이어질 경우 임금근로자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은 1조4,000억원으로 떨어지고 연말까지 계속되면 아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런 가정이 실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국회 예정처는 4월 고용동향을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증가율(32.8%)에 두고 산출했는데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5월과 6월의 증가율은 각각 32.1%, 39.5%를 기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쇼크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업급여 지출액은 5월 1조원을 돌파한 후 지난달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업급여 지출액은 경기 부진으로 실업이 발생하면 급여를 받는 ‘후행지표’다. 고용 상황의 개선이 없다면 실업급여 지출액은 당분간 ‘1조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극약 처방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 국회에 제출한 3차 추경안에 고보기금 보전을 위해 총 4조6,740억원을 편성한 것이다. 이 중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입되는 금액은 3,700억원에 불과한데 기금 적립금 1조2,040억원을 찾아 쓴다. 나머지 3조1,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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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문재인 정부의 ‘재원 마련 없는 사회안전망 확장’ 정책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8년 10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료(고용보험·국민연금)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 지원 비율을 60%에서 80~90%로 확대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규모 사업장 지원정책인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요건에 고용보험 가입을 넣었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요건인 ‘생업 목적으로 3개월 이상 근로’에서 ‘생업 목적’도 삭제했다. 이에 따라 30인 미만 사업장의 가입자 수는 2017년 16만7,000명에서 지난해 25만9,000명으로 뛰었다.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도 들어갔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을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고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지급 기간도 늘렸다. 고용보험 요율은 0.65%에서 0.8%로 올리면서도 사회안전망까지 강화해 재원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세지출인 일반회계에서 떠맡기 부담스러운 사업들을 고용보험기금 사업으로 돌리는 형태는 역대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2년형까지밖에 없던 청년내일채움공제에 2018년 3월 3년형이 추가됐고 성장·유망업종에만 지원되던 청년추가고용장려금도 2018년 6월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은 2020년 1월 18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 육아휴직의 경우 2017년 9월 첫 3개월 급여를 두 배(소득대체율 40%→80%)로 인상한 이후 2019년 1월 아빠 육아휴직보너스제의 상한액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했다. 평상시 돈이 넉넉하다며 고용보험기금으로 각종 사업을 몰아넣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결과 고용 침체로 정작 돈을 써야 때는 ‘기금 고갈’을 우려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보험료를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노동계·재계 단체가 모두 “불요불급한 정책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실업급여나 고용유지지원금처럼 갑작스레 발생하는 실업 충격을 완화하거나 기업의 고용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은 고용보험의 취지에 맞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자산 형성이 목적”이라며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검증도 안 된 무수한 사업들이 시행돼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사업 개편이나 요율 인상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사회안전망 강화’만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하려면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차츰 나올 것”이라며 “노사가 그 부담을 모두 떠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허진기자 세종=변재현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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