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기자의 눈] '늙어가는 산단' 살려낼 수 있다.

이재명 성장기업부 기자




“코로나19가 한번 왔다 가는 태풍인 줄 알았는데…. 이건 완전히 빙하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온 지 6개월. 내수와 수출 모두 꽁꽁 얼어붙으면서 ‘제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국가산업단지나 지방 산단의 어려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국가산단 가동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인 70%를 기록했다는 드러난 수치만이 아니더라도 산단 현장에서 만난 입주업체 대표들은 한결같이 “(코로나19로) 수출이든 내수든 모든 게 얼어붙어 버렸다”며 절망하는 분위기다.★본지 7월21일자 1·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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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를 견딘 업체들이 모여 만든 양산의 어곡 산단이나 유산 산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대에서 건실한 산단으로 꼽혔지만 일감이 없어 1주일에 3일만 공장을 가동하며 근근이 버티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현지서 만난 한 입주업체 대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산단이 이렇게까지 무너지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시설 노후화와 고령화가 누적된 데다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산단이 그로기에 몰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젊은 인재들이 산단을 꺼리도록 만든 부족한 인프라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서 만난 한 산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산단 기숙사는 아직도 2~3인용이 많다”며 “각방을 쓰기는 하지만 같은 공간에 상사와 같이한다는 데 대해 젊은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젊은 인재들이 등을 돌리다 보니 산단의 고령화는 가속화됐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악순환을 보인 것이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통해 ‘산단 뉴딜’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산단의 겉껍데기만 화려하게 꾸미는 인프라 투자가 아니다. 입주업체 직원들의 자녀들이 최고의 보육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여가를 산단 안에서 보낼 수 있는 대규모 문화시설 등을 확충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판교에 버금갈 정도로 젊은 인재와 첨단 기업들이 지역 산단으로 몰리게 하려면 파격적으로 전국 산단에 글로벌 교육기관의 분원을 유치해 입주기업 자녀에게 기회를 주는 건 어떤가. /nowlight@sedaily.com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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