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일본차 독주에 브레이크"…현대·기아차 동남아서 질주

작년 시장 점유율 5.2%…3위 올라

베트남 현지 조립생산에 판매 급증

전략모델·전기차로 日과 격차 좁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000270)가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아직 절대 판매량에서는 일본차에 밀리지만 본격적인 현지 공략이 시작되기 전부터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언급한 ‘동남아 시장점유율 25%’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2일 아세안 자동차 시장(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주요 6개국)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 브랜드(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지난 2015년 3.9%에서 지난해 5.2%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계 브랜드의 점유율은 75.8%에서 74.3%로 1.5%포인트 내려갔다. 현지 브랜드는 10.2%에서 9.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2015년 일본계 브랜드와 아세안 로컬브랜드뿐 아니라 유럽계와 미국계에도 밀리며 점유율 5위를 기록했던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일본계와 아세안 현지 브랜드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의 아세안 점유율 상승은 베트남에서의 판매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약 6만5,000대 수준이던 한국차 판매량은 지난해 12만대 수준으로 늘어 아세안 역내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올 상반기에는 2만8,014대를 판매한 현대차(005380)가 2만5,177대에 그친 도요타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싱가포르로의 친환경차 수출도 증가세라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은 설명했다.


자동차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관세가 70%에 달하던 완성차 수출 방식에서 현지 조립생산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현지에서의 높은 한국 브랜드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최근 시장이 정체된 태국 위주의 전략을 고수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점유율을 빼앗긴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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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계 브랜드는 절대 판매량(2019년 18만4,595대)에서는 일본차 업계(262만9,507대)에 뒤지지만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이유는 내년 하반기 완공될 인도네시아 공장이다. 약 1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연산 15만대 규모의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은 현대차의 현지 생산비중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는 아세안 역내 무관세 혜택을 앞세워 현지 각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아세안 자동차 생산공장 115개 중 한국계 업체의 생산공장은 7개에 불과한 반면 일본 업체는 64곳”이라며 “인도네시아 공장 완공과 함께 각국에서 현지 부품사와 협력해 현지화율을 높이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현지 전략형 모델 출시, 아세안 정부 조달시장 참여 등도 과제로 꼽았다.

아세안 시장은 중국에서 고전 중인 현대·기아차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15만대의 생산 규모를 향후 25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베트남에서의 조립생산도 확대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동남아 시장에 대해 “일본 메이커만 있는 독특한 시장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다”며 “점유율을 2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완성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인하 협상을 현지 정부와 추진하는 등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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