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행정수도, 분열의 정치공학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값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수습하고자 꺼낸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정진석 의원은 22일 국회·청와대·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겨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세종시 인근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여당이 꺼낸 행정수도 이전 얘기는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면서도 행정수도 완성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깊이 있게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화두”라고 평가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통합당 지도부가 “부동산 참사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수도 이전론에 반대했지만 당내 중진급 인사 중 일부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통합당 충청권 의원들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도 이전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결과 수도 이전 찬성 의견이 53.9%로 절반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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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이전 공약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1등 공신이다. 노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공약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밀어붙이며 지방 표밭을 다졌다. 지금 민주당도 수도 이전에 이어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이전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위헌 결정을 받은 수도 이전을 밀어붙이면 국론분열은 불가피하다. 야당의 내분을 야기하는 한편 선거를 위해 국민들을 지역·계층으로 갈라치는 정치공학 측면에서 수도 이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국가 미래에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큰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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