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아이돌은 상품이 아니다

김현진 문화레저부




“기획사에서 아이들을 상품 다루듯이 거칠게 해요. 아이들은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지난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한 아이돌 연습생의 부모는 이같이 털어놨다. K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지만 아이돌로 화려하게 데뷔하기까지 연습생들은 기획사가 철저하게 기획·개발하는 ‘상품’으로 다뤄진다. “밖에 나가면 웃어야 한다고, 화를 낼 수가 없다고 한다. 늘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그 스트레스가 쌓이면 엄마에게 푼다고 한다.” 보고서 속 연습생들의 현실은 씁쓸함을 안긴다.


데뷔 후에도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한 해에 수십여 팀의 신인이 쏟아지는 치열한 경쟁, 여기에 다른 멤버보다 눈에 띄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해지다 보면 팀 내 극심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에는 버거운 스트레스 환경이지만 소속사는 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헤아려주기보단 경제적 이익을 내기 위해 눈앞의 활동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기사



리더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한 멤버의 폭로와 리더의 탈퇴로 이어진 걸그룹 AOA 사태는 아이돌을 상품으로만 바라본 소속사의 소극적 대처가 문제를 키운 사례다. 2012년 데뷔 이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해온 AOA 내 불화를 회사 측이 몰랐을 리 없다. 피해 멤버는 리더와의 문제를 얘기했지만 소속사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한다. 소속사가 문제를 외면한 채 활동을 강행시켰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K팝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상품으로 취급되는 십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외부와 단절된 채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 몰리면서 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아이돌의 데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현실에서 이들을 시스템적으로 지킬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과 아이돌은 상품이 아니다.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