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식당이나 호텔 등의 직원이 먼저 떠오릅니다. 전염 가능성을 우려해 외출이나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다 보니,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현장의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위태로워진 것이죠. 이는 코로나19가 아닌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사무직 종사자인 화이트칼라보다는 블루칼라가 특히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화이트칼라보다 블루칼라가 가계 수입 감소나 가족구성원의 실직을 더 많이 경험했다고 답했죠.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우리는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고, 기업도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이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는 겁니다. 그렇다면 화이트칼라는 어떨까요. 그들은 이번 코로나19가 낳은 경제위기로부터도 안심할 수 있을까요?
고용시장 압력에…링크드인 직원 6% 감원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링크드인(LinkedIn)이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960명가량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라이언 로즐란스키 링크드인 최고경영자(CEO)는 “링크드인은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에 면역이 없다”며 “우리를 포함해 이전과 같은 규모로 채용해야 하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드인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 고객인데요, 구인업체 등이 지불하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을 심하게 입은 지난 2·4분기에도 매출이 10%나 증가했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 링크드인의 감원 결정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링크드인의 감원이 화이트칼라 시장 전반에 닥친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화이트칼라를 위한 고용시장이 정체됐으며,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뜻이죠. 슈미트 퓨쳐스의 마르타 김벨 시니어 매니저는 “대단한 신호가 아니”라며 “기업들이 이를 단기간의 위기가 아니라 장기간의 위기로 보고 처리하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5~6월에는 채용 공고가 증가했지만 6월 말과 7월에는 정체됐다”며 링크드인은 이처럼 고용 시장에 대한 압력이 반영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최전방에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언제 반등할지 몰라…해고·임금 삭감 놓인 화이트칼라
코로나19로 인한 화이트칼라 일자리 감소는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리서치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의 자료에 따르면 5~6월 동안 적극적인 채용 공고는 소폭 증가했지만, 2월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24%나 줄어들었습니다. 브라이언 크롭 가트너 부사장은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고용이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이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크롭 부사장은 링크드인의 인원 감축도 이와 맞닿아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침체되면서 결국 링크드인을 이용하는 헤드헌터나 구인기업 등도 줄었다는 겁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경제가 언제 반등에 나설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관리자의 업무량을 늘리고 전문직 일자리를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줄이고 있죠. 크롭 부사장은 “이 모든 것이 화이트칼라 고용의 느린 반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직에서 벗어난 이들은 그럼 이전과 같은 삶을 영위하며 안심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시카고대학의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최소 400만명의 민간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임금 삭감은 화이트칼라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요,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은 대체로 재정적인 위기를 가장 늦게 느끼는 만큼 이들의 임금도 삭감된다는 것은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회복이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인디드 하이어링 랩의 닉 벙커 리서치 디렉터는 “이번 임금 삭감은 재취업이 어려운 고임금 근로자들에게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며 “만약 경제가 전반적으로 하락한다면 정리해고가 고임금 직위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