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을 거둔 배상문(34)이 250야드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기적의 샷을 날렸다. 하지만 그 홀 스코어는 앨버트로스나 이글이 아닌 파였다.
24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블레인의 트윈시티스TPC(파71)에서 열린 PGA투어 3M오픈(총상금 660만달러) 1라운드. 배상문이 18번홀(파5)에서 250야드를 남기고 친 볼이 그린에 올라간 뒤 홀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미 지옥을 경험한 뒤였다. 599야드의 이 홀에서 배상문은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워터해저드로 보냈다. 빠진 지점 부근에서 1벌타를 받고 물을 가로질러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에 도달하지 못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1벌타를 받고 친 5타째가 홀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한꺼번에 3타를 줄이는 앨버트로스가 될 수도 있는 환상적인 샷이었지만 PGA 투어 기록집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샷링크 시스템으로 거리를 측정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장거리 파 세이브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는 또 199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첫날 프레드 커플스(미국)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커플스는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135야드 안팎 길이의 소그래스TPC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다시 친 볼이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홀인원 같은 파’를 기록했었다. 배상문 이전까지 가장 멀었던 파 세이브 샷 거리는 스티븐 보디치의 176야드였다.
배상문은 4오버파 75타를 쳐 최하위권인 공동 143위로 처졌다. 7번과 9번홀(이상 파4)에서도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각각 보기와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이경훈(29)의 1언더파 공동 57위가 가장 높은 순위일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최경주(50)와 김시우(25)는 나란히 이븐파 공동 82위, 노승열(29)은 3오버파 공동 133위다.
2017년 데뷔한 리치 워런스키(미국)가 8언더파 단독 선두에 나서 이름을 알릴 기회를 만들었다. 마이클 톰프슨(미국)이 7언더파로 1타 차 2위에 자리했고 토니 피나우(미국)와 장신쥔(중국) 등이 6언더파 공동 3위 그룹을 이뤘다. 세계 4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7오버파를 친 뒤 허리 이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존슨은 18번홀에서 티샷 후 세 차례 물에 빠뜨린 끝에 9타(+4)를 적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