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인재 영입을 통해 상장지수상품(ETP)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잇단 사모펀드 사고로 은행에서 사모펀드가 중단된 상황에 맞춰 이를 대체할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중호 전 KB증권 델타원 파생팀장이 하나금투 주식운용본부 파생운용실에 합류한다. 이 전 팀장은 지난 2009년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보고서를 시장에 내놓은 바 있는 파생상품 전문 연구원으로 최근까지도 파생상품 보고서를 꾸준히 내왔다. 이 전 팀장은 하나금투에서 ETP 등 상품 개발 및 운용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간 경쟁사와 달리 ELS에 주력해온 하나금투가 연이은 사모펀드 사고로 은행에서 사실상 사모펀드 판매가 중단된 상황을 기회로 삼아 사모펀드를 대체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운용 역량 제고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고로 은행 신탁 부문에서 사모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고 앞으로도 판매를 안 할 것”이라며 “자산관리에 적합한 증권사 상품들에 대한 은행 쪽 수요가 커질 텐데, 이를 위한 상품 개발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용에 힘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운용하는데 하나금투가 지금까지 내놓은 ETP 상품은 ‘코스피 변동성 추세 추종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정도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증권사 자산 운용 경험도 있어 상품 운용은 물론 개발에도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하나금투가 이 전 팀장에 이 역할을 맡긴 배경으로 분석된다.
하나금투의 최근 행보도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한다. 이진국 하나금투 대표(부회장)는 최근 S&T 부문을 IB, 글로벌 함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난 2월 5,000억원 유상 증자를 통해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해 이 부문 역량을 강화해왔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파생상품 운용 전문가인 차기현 전무를 S&T그룹 주식본부(파생상품·파생운용·마켓운용·차액거래팀)장으로 영입하며 파생 쪽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차 본부장은 직전 14년간 NH투자증권에 있으며 ELS와 DLS, ELW, ETN 등 다양한 상품의 운용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시장의 관심은 전문가로 팀을 꾸리고 있는 하나금투가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에 모아진다. 하나금투가 은행에서 팔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파생상품을 만들고 직접 운용할 수 있다면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원WM’ 강화 비전 달성도 가까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