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 '호텔 매각' 본격화…입지 좋지만 코로나 변수 '가격협상이 관건'

송현동 부지 매각 어려워지자 2차 자구안 마련 가속

계열사 토지등 매물로..투자매력 커 일부 PEF 관심

'코로나 디스카운트' 탓 실제 매각 성사될지는 불투명

2715A13 와이키키



한진그룹이 호텔 등을 대거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은 것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당초 한진그룹은 1차 자구안에 따라 송현동 부지 매각과 비수익 사업부를 선제적으로 정리할 계획이었다. 대한항공(003490)은 이를 통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 발표 이후 1차 자구안은 난항을 겪고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장이 새롭게 선임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거래가 재개되기 힘들어진 것도 호텔 매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금 확보가 급한 한진그룹은 2차 자구안 마련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수익 사업부를 M&A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내놓고, 인수 후보들이 관심을 갖는 매물부터 신속하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한진이 보유했던 렌터카 사업부는 롯데렌탈에 이미 매각했으며, 대한항공은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매각을 놓고 한앤컴퍼니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호텔·토지 등 부동산 매각도 서두르고 있다. 마무리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은 한진칼(180640)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와이키키리조트호텔과 칼호텔네트워크의 △그랜드하얏트인천 △제주칼호텔 △서귀포칼호텔 △LA 월셔그랜드호텔 등이다. 아울러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도 매각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내놓은 호텔과 칼호텔네트워크 등에 투자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진그룹의 호텔들이 입지가 좋을 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투자가 진행될 경우 흑자로 전환,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억눌렸던 여행 등이 폭발하며 ‘V’자 반등도 가능하다. 한앤컴퍼니를 비롯한 일부 사모펀드(PEF)들이 호텔들의 인수를 검토하며 한진그룹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호텔 사업의 투자금 회수는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각 측과 인수자 간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지며 협상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칼호텔네트워크의 매각 기대 금액으로 5,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반면 인수자들은 3,000억원대를 제시하는 등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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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호텔사업 매각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호텔사업을 확장하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조원태 회장에게 그룹 복귀를 요구하며 호텔 사업부 분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진그룹의 매각 성사 여부는 ‘가격 협의’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은 경영난을 겪으며 마지막 카드로 주요 자산들의 매각을 진행하는 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원하고 있다. 반면 인수자들은 매각 대상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선뜻 인수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은 인천에 위치한 사원숙소, 정석비행장, 항공정비사업부(MRO) 등도 매각 대상에 올리며 잠재적 인수 후보자를 태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일단 돈이 되는 것은 다 팔자는 것”이라며 “호텔에 관심을 보이는 후보들도 실제 성사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코로나19’ 디스카운트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한진칼 주식 70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신주인수권 증권 매수뿐 아니라 상속세 납부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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