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외국기업 배 불리는 산업정책

풍력발전 설비, 대부분 수입제품 의존

국내업체 혜택줄 경우 통상분쟁 우려

전기차 보조금, 테슬라 등 수입차 혜택




정부가 국내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 업체들의 배만 더 불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미 경쟁력을 갖춘 외국 기업이 과실을 따먹는 형국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집중 육성 계획을 밝힌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외국 기업의 난입이 우려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해상풍력설비 규모를 10년 뒤 현재의 100배 수준인 12GW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올해만 250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경우 기술 수준이 글로벌 업체의 80%에 불과해 국내 풍력발전 설비를 들이면 대부분 수입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역시 터빈의 경우 경쟁국 대비 평균 138%, 블레이드는 114%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가 우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입찰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자칫 통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상대국이 이를 빌미로 무역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여전히 무역확장법 232조를 쥐고 있고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우리 업체를 몰아세운 적이 있다”며 “우리 업체에 유리하게 제도를 손보려 해도 무역보복을 우려한 업체들이 되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며 말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에 밀려 국내 업체가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을 키워 자생력을 우선 갖추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국도는 우리 정부가 깔았는데 혜택은 외제차가 누리는 격”이라며 “당장 보급확대를 위해 지원금을 쏟아붓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국산과 경쟁할 만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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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상반기 전기승용차 판매량(1만6,359대)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2.7% 증가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는 43.1% 줄었다. 반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판매량(7,080대)이 전년보다 17배 늘면서 수입차 판매량은 564.1% 폭증했다. 테슬라의 성장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에 우선 영향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수령한 보조금은 전체 전기승용차 보조금 2,092억원 중 절반에 달하는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보조금이 지급되는 사이 해외 업체에 밀려 국산 전기차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전기버스 부문에서도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중국산 전기버스의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7.8%포인트 증가한 38.7%로 높아졌다. 국산 제품보다 1억원가량 저렴한데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보조금이 지급된 게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상반기에만 전체 전기버스 보조금의 35.1%(59억원)를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세종=김우보·하정연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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