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뚝심 DNA' 싣고 달리는 현대차…러 시장 위기에도 GM공장 부지 인수 추진

인수 성사땐 GM 부지에 새 공장 세울듯

1~2위권 오가는 현황에서 1위 수성 목표

어려울 때일수록 뚝심 투자로 위기 극복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사진제공=현대차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뚝심 DNA’를 다시 발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주춤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GM(지엠) 공장 부지 인수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던 시기 경쟁 업체들은 철수했지만 끝까지 투자를 이어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뚝심 투자’가 결실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통신 매체인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은 지엠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부지 인수를 위해 러시아 반독점청에 지난 24일 인수신청서를 냈다. 해당 공장은 수년째 폐쇄된 상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공장 부지 인수를 위해 GM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인수 성사 시 현대차는 해당 GM공장 부지에 공장을 새로 지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의 GM공장 부지 인수 추진은 러시아 시장이 어려울 때에도 투자를 지속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던 ‘뚝심 DNA’가 발휘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시장 진출은 2011년이 처음이다. 올해로 10년차에 접어든 셈이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며 2013년까지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갔다. 그러나 2014년 들어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작하며 러시아 경제가 위축된 것은 물론 자동차 시장도 고꾸라졌다. 당시 GM을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특유의 ‘뚝심 DNA’를 발휘했다. 철수 대신 신차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2016년 8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을 찾아 “기회는 다시 온다”며 “당장 어렵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해 특유의 저력을 드러냈다.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사진제공=현대차


올 상반기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전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2·4분기 내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며 올 상반기 러시아 자동차 판매량(63만5,959대)은 전년 동기(82만8,750대)보다 23.3% 급감했다. 일부 현지 중소업체들은 생산량 조정, 철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GM공장 부지 인수 등 신규 투자를 검토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경우 가까운 시일 내 러시아 시장 점유율 1~2위권에서 1위로 도약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쓰는 등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왔다.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해 올 1·4분기에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상반기 전체로 보면 2위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러시아에서 14만5,741대를 팔아 점유율 22.9%로 러시아 업체 아브토바즈 라다(23만7,636대·37.4%)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1위를 위협하는 2위 자리까지 부상한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GM공장 인수 추진은 1위 자리 굳히기를 위한 전 단계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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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신청서제출이 곧장 인수 확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 검토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약 3억 달러를 들여 2008년 가동됐다. 그러나 러시아지역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2015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해당 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경쟁업체로는 영국-벨라루스 합작법인 ‘유니손’과 독일 BMW 등이 꼽힌다. 특히 유니손은 지난해 반독점청의 허가를 이미 받아냈다. 그러나 인수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유럽과 동유럽이 만나는 지점으로 1713년부터 1917년 러시아혁명까지 러시아의 수도였다. 외곽순환도로를 따라 현대차,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공장이 들어선 러시아의 완성차 생산벨트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연간 23만대 규모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지모델인 쏠라리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이 생산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현대차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도 함께 진출해있다. 부품과 모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 11개 협력사들이 현대차와 함께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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