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월북 사실 언제 인지했나' 질문에 고개 숙인 정경두 "北 방송 이후 인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탈북민 김모(24)씨가 강화도 철책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과 관련, 군의 경계실패를 인정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김씨의 월북 사건에 대해 질타하자 “무한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계태세에 추호도 빈틈이 있어서 안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고 명명백백하게 밝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군 기강, 작전 기강 차원에서 신상필벌하고 전·후방 각지 경계태세 시스템을 보강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 의원도 “군 장비들이 북쪽에서 넘어오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지금 월북한 걸 보면 북측에서 밀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김씨의 월북 인지 시점을 묻는 윤주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는 “북한 방송이 나온 뒤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윤 의원이 북한의 발표 전까지 군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경계실패라고 지적하자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다만 “이 시간에도 지상·해상·공중에서 24시간 경계 작전을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이 있고 부족한 부분은 확실히 보완해 나가겠다”며 “작년 목선 상황 후 여러 가지 경계 작전 실패와 관련, 정말 많은 부분을 보완해왔다. 이런 상황이 발생해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돼 죄송하지만 많은 부분이 보완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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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 장관은 이채익 통합당 의원이 월북 관련 사안을 보고한 시점을 묻자 “아침 7시 전후에 안보실장과 통화를 했다”며 “안보실장 전화를 받고 바로 합참에 확인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월북 탈북민 김모씨는 배수로 안의 철제 장애물을 손으로 벌리고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8일 밝혔다.27일 촬영한 이 사진은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모습이다. /연합뉴스월북 탈북민 김모씨는 배수로 안의 철제 장애물을 손으로 벌리고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8일 밝혔다.27일 촬영한 이 사진은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모습이다. /연합뉴스


책임자 추궁도 이어졌다. 신원식 통합당 의원은 정 장관을 향해 “최근 1년 사이 두 달에 한 번꼴로 군이 질타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경계 작전 실패 때마다 제대로 보안교육을 안 해서 그런 것이냐”고 물었고, 정 장관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백 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일선부대 경계 작전 장병부터해서 책임요소가 있겠지만 모든 국방관련 책임은 장관에게 있다. 저는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한 번도 제대로 경계태세에 대한 신상필벌이나 지휘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이채익 통합당 의원의 주장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책임의 끝은 국방장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사 완료 후) 소상히 설명드리고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날 오전 군 당국은 “군은 (인천 강화읍 월미곳에 있는)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합참에서는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김씨의 월북 전후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찍혔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탈북민에 대한 군의 허술한 대응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군 감시장비의 경우 통상 운용병 등이 녹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김씨의 행적이 감시장비에 담겨있다는 것은, 군이 해당 영상을 포착하지 못하고 놓쳤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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