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철 피서지는 뭐니 뭐니 해도 계곡이다.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를 찾아도 일단 한여름 땡볕 아래로 나가면 쏟아지는 햇살은 피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피서지가 계곡이라면 햇볕을 가리는 무성한 나무 그늘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 덕분에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제아무리 삼복더위가 찾아와도 계곡에서는 해가 지면 냉기마저 돌아 긴팔 옷을 꺼내 입어야 할 정도다. 그래서 기자는 ‘피서(避暑)’라는 글자의 의미처럼 더위를 피하려면 계곡으로 갈 것을 권하고 싶다.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 무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되는 때를 맞춰 비교적 인적이 드물고 산세가 좋은 계곡 세 곳을 소개한다.
◇포항 내연산 청하골
먼저 소개할 곳은 포항 내연산의 청하골이다. 청하골은 남쪽에 버티고 선 천령산 줄기와 맞닿아 계곡을 이루고 있다. 내연산 입구에 있는 보경사 경내를 흐르는 청하골을 거슬러 올라가면 계곡 곳곳에 12개의 폭포가 이어진다.
그래서 청하골은 12폭포골 또는 보경사계곡이라고도 불리는데 관음폭포·연산폭포·상생폭포·은폭포 등 12개의 폭포와 협암·기와대·선일대·비하대·학소대 등 바위들이 계곡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특히 첫 번째 폭포인 상생폭, 제2폭포인 보현폭, 제3폭포 삼보폭, 네 번째 잠룡폭, 다섯 번째 폭포인 무풍폭에서 6폭인 관음폭과 7폭포 연산폭에 이르는 경관이 압권이다. 내연산과 청하골을 조망하려면 연산폭포 위쪽에 생긴 전망대에서 하는 것이 좋다. 청하골 계곡이 이어지는 구간은 약 3㎞ 거리로, 왕복 두 시간이면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고 곳곳에 탁족을 할 수 있는 웅덩이와 여울이 있다.
◇제주 안덕계곡
안덕계곡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서 동쪽으로 2㎞ 지점의 일주 도로변에 있다.
중문에서 출발할 경우 12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길에 남쪽으로 41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바로 그 옆을 흐르는 하천이 장고천이고, 이 계곡을 안덕계곡이라고 부른다. 길가에 이정표와 주차장이 있어 이곳에 차를 세우고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반듯하게 닦인 도로에서 계단을 따라 불과 20~30m만 내려가면 갑자기 계곡이 나타나고 하늘을 가린 숲속으로 접어든다. 안덕계곡은 마그마가 지상으로 나오면서 표면이 거칠게 굳어진 조면암으로 형성된 계곡인데, 깊게 팬 계곡의 암반 위로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 초입에서 200m쯤 들어가면 선사시대 주거지로 쓰였던 야트막한 동굴도 볼 수 있다. 화산암이 많은 제주도의 계곡들은 물을 잘 투과시켜 평소에는 말라붙은 건천(乾川)이 대부분이지만 안덕계곡에는 맑은 물이 항상 흐르고 있다.
◇강원 삼척 덕풍계곡
덕풍계곡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다.
덕풍계곡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곳이 일반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오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오지라는 것은 남한에서 산양의 서식밀도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을에 단풍이 물들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임에도 인적이 드문 편인데, 피서철에는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다.
덕풍계곡 트레킹을 하려면 응봉산(999m) 북서쪽 아래 풍곡마을 입구에서 덕풍마을에 이르는 6㎞의 계곡길을 들어와야 한다. 이곳은 시멘트 포장이 돼 있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이라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펜션이나 민박집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산속에는 이동전화 기지국이 촘촘하지 않아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으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명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일부 산악인들은 국내 3대 계곡으로 꼽히는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 중 한 곳을 빼고 이곳을 포함시킬 정도로 경관을 자랑한다. /글·사진=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