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대출 받아 예금 넣은 기업, 이렇게 만든 게 누군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시중 통화량의 상당 부분이 기업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통화량(M2)은 지난해 같은 달(2,773조2,000억원)보다 10.6%(292조6,000억원) 증가한 3,06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늘어난 통화량 가운데 60% 이상은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것이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 부분은 20%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맞물린 상황에서 급격히 늘어난 통화량의 상당 부분이 기업으로 유입된 것은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업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투자에 쓰는 대신 절반 정도를 예금으로 쌓아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은 대출금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과 자산매각 등으로 확보한 자금도 움켜쥔 채 좀처럼 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의 투자다. 투자로 생산이 늘고 소비가 살아나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기업이 현금을 가졌는데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움츠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잖아도 이런저런 규제로 힘이 드는데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더 센 규제를 담은 법안들이 쏟아지자 더욱 긴장하는 것이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만 해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규제들로 가득 차 있다. 가령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는 상장사 지분 0.0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그 회사의 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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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말로만 규제 완화를 외칠 뿐 규제를 더 만들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7~2019년 정부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만 무려 3,151건에 달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성공의 관건이 기업 참여라고 말하기 전에 규제부터 풀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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