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9일 당사자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진웅 형사1부장과 벌어진 몸싸움이 쌍방의 고소전과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보다 사법고시에 먼저 합격한 연수원 2년 선배고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서울대 법대 5년 선배다. 사시 선배와 대학 선배 간의 몸싸움이 이전투구로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어쩌다 검찰이 이 지경까지 됐는지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측의 몸싸움을 놓고 벌어진 진실공방의 쟁점은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 부장은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했을 뿐 밀친 적은 없다고 반박한다.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휴대폰을 두고 일어난 일이지만 두 사람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사태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한 검사장을 소환해 휴대폰 유심(USIM) 카드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수사팀은 압수수색 집행을 위해 법무연수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은 정 부장에게 변호사와의 통화를 요구했다. 한 검사장이 정 부장의 동의 아래 휴대폰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이는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한 검사장 측은 일방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이 정 부장의 허락을 받아 변호인과 통화하기 위해 휴대폰 비밀번호를 해제하려 했는데 갑자기 정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려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몸 위에 올라타 얼굴을 눌렀다는 주장이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면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고 주장한다”며 “어떻게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지 않고 전화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정 부장은 입장문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직접 압수하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정 부장의 반대편으로 손을 뻗었고 정 부장도 그쪽으로 팔을 뻗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며 넘어졌을 뿐 폭행은 없었다는 것이다.
몸싸움을 둘러싼 양쪽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른바 진실공방은 고소·감찰 사태로 확대됐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이 공권력을 이용해 독직폭행했다”며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진정 형태의 감찰요청서를 접수했다. 서울고검은 감찰 사건으로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한 검사장과 정 부장,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수사팀·법무연수원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해당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을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제가 ‘독직폭행’했다는 식의 일방적 주장과 함께 고소를 제기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해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