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의 산업적·상업적 활용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험업계가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보장을 개발하고 상품을 개정할 수 있도록 공공 의료데이터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건당국이 다음 달 의료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대로 공공 의료데이터의 접근과 활용을 위한 논의 테이블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다.
30일 보건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보건·의료정보의 산업적·상업적 활용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생·손보협회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보험사의 공공 의료데이터 접근을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고 당시 복지부는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논의하자고 공식 답변한 상태다. 보험업계는 복지부가 다음 달 의료데이터 활용 종합전략 수립에 착수하는 대로 보험사에 대한 정보 제공의 근거를 마련해줄 것을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공공 의료데이터 제공 재개는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공공 의료데이터의 핵심인 환자데이터세트는 모집단의 특성을 대표하는 표본에 대한 성별·연령 등의 기본정보와 진료 내역, 원외처방 내역 등 실질적 진료정보가 수록된 데이터로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이를 경험 통계로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요율을 조정한다. 고혈압 유병자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산출해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병자 상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유병자 가운데서도 사망 위험이 적은 집단의 보험료를 인하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은 환자데이터세트 접근 권한이 없다.
보험사들이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은 지난 2017년 10월 국정감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3년 제정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보험사와 보험개발원에 비식별 처리된 환자데이터세트를 제공했고 보험사들은 이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2017년 국감에서 영리 목적으로 보험사들이 공공 의료데이터를 이용하는 점이 문제가 됐고 진료 관련 정보가 보험가입 거절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심평원은 빅데이터 제공을 중단했다. 이후 보험사들은 2017년 이전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거나 재보험사를 통해 해외 데이터를 구입했지만 이는 정작 가입 대상인 우리 국민의 현재 공공의료 행태를 반영할 수 없어 한계가 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로 고령자·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면 보험사들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전 산업에 걸쳐 데이터 활용 논의가 활발하지만 바이오·의료기기업계와 달리 보험사에 보건·의료정보 활용 권한을 줘야 한다는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다음달 마련되는 복지부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공단·심평원의 내부규정 개정시 비식별화된 보건의료 데이터를 보험사를 포함한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건강유의군에 해당하는 고령자와 유병자의 민간보험 확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보험료 할인 등을 통한 소비자 편익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건강증진형(헬스케어)보험 상품·서비스 및 인슈어테크 활성화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공공데이터를 결합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식별화된 정보 이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이제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근거가 명확해진다”며 “빅데이터 제공이 어렵다면 최소한 통계자료라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