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취업준비생들에게 접근해 위조한 소득증빙서류로 대출을 받게 한 뒤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출금의 수십%를 수수료로 챙기는 일명 ‘작업대출’로 불리는 이 수법을 통해 일당은 12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재승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사기 등의 혐의로 작업대출 일당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재직증명서나 급여통장 입출금내역서 등의 소득증빙서류를 위조한 뒤 피해자들로부터 금융기관에서 약 12억원을 대출받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 가운데는 대출을 중개하고 위조문서를 만든 업자뿐 아니라 이들이 위조한 문서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의뢰인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기소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작업대출에 가담하면 중개인과 서류를 위조한 사람뿐 아니라 의뢰인도 사기 및 공·사문서 위·변조 혐의가 적용돼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일례로 5월 서울북부지법은 위조된 사업자등록증으로 2,000만여원을 대출받은 2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공문서를 위·변조하면 10년 이하 징역, 사문서를 위·변조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작업대출을 의뢰했다가 또 다른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기 피해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을 신청했는데 보이스피싱에 연루되고 빚만 떠안았다’는 글들이 다수 게재돼 있다. ‘입출금 내역을 만들어야 하니 계좌 비밀번호와 체크카드를 달라’는 작업대출업자의 말만 믿고 따랐더니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의 대포통장으로 활용됐다는 식이다.
작업대출이 성행하자 14일 금융감독원은 ‘주의’ 단계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업대출 이용자들은 주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20대였다. 작업대출업자들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광고를 통해 청년들에게 접근했고 저축은행들이 유선으로 재직 여부를 확인하면 전화를 대신 받아주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업대출에 가담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돼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청년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이나 한국장학재단 등의 공적대출상품을 먼저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