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 회장이 자신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법원에 청구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넷째인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에 대해 “(조 사장은)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했고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뒀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이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내린 결정인지 의심스럽다”며 경영권 승계 사안을 법원으로 끌고 간 것에 대해서도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야말로 첫째 딸이 괜찮은 것인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3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회적 이슈가 돼 주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어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입장문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을 넘긴 차남에 대해서는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었다”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간의 여러 움직임을 보고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둔 대로 조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언급한 ‘가족 간 여러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 회장과 조 사장 간 블록딜 이전에 자녀들 사이에서 그룹 경영방식에 대한 이견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조 이사장이 제기한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면서 골프가 없는 날은 개인 트레이닝을 받고 하루에 4~5㎞씩 걷기 운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장녀에 대해 다소 날 선 반응도 보였다. 조 회장은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이라면 저는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본 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사람으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에게 이미 충분한 돈을 증여했으니 재단에 뜻이 있는 것이라면 이미 증여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조 이사장이 전날 ‘아버지가 평소에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고 주장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제 개인 재산을 공익활동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고 향후 그렇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가 고민해서 앞으로 결정할 일이며 자식들이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결정하고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 게 제 소신”이라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은 “부디 제 딸이 예전의 사랑스러운 딸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더욱 발전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저도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입장문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