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인 서울 실용 음악 고등학교가 교육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편입생 모집을 강행하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감사에서 비리와 위법 행위가 적발되고 수차례 시정조치가 내려졌음에도 편입생 모집을 강행해 논란이다. 이 같은 운영 방식에는 느슨한 대안학교 설립 규정과 관리·감독의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 인가 대안학교인 서울 실용 음악고등학교는 지난달 29일부터 전·편입생 모집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이 이달 18일까지 14건의 종합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폐교 조치도 불사하겠다면서 편입생을 받지 말라고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청에 따르면 비정상적 학교 운영을 견디다 못해 올해 3~6월 학생 55명이 전학·자퇴를 했고 6~7월 교사 10여 명이 떠났다. 가수 지코 등 유명 연예인을 배출한 학교라는 이유로 지원자가 몰리면 또 다른 피해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실용 음악고 논란의 배경에는 대안학교 제도의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2007년 ‘대안학교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규정’ 시행을 계기로 1990년대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대안교육 표방기관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인가 문턱을 낮춘 것이 폐단이 됐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법’은 법인만 초중고교를 세우도록 하는 반면 ‘대안학교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규정’에서는 개인도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근거로 종교인 등 법인이 아닌 개인이 대안학교를 세울 수 있다. 교원 3분의 1을 산학겸임교사 등으로 대치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학교와 교사 간 갈등도 잦다. 1997년 ‘학교시설설비 기준령’이 폐지된 이후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ㆍ운영 규정’이 생겼지만 대안학교 시설 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설비 기준도 불명확하다. 2017년에는 운동장을 임대해도 대안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인가 기준이 더 완화됐다.
교육 당국이 대안학교 등록에 치중하면서 관리·감독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안학교는 2010년 3교에서 올해 45교로 급증했지만 재정난에 운용을 중단한 요재미학교 1곳을 제외하고는 관리·감독에 따라 문을 닫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안교육 자질과 충실한 이행 여부를 다루지 않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대안학교가 교육적 실험을 하는 곳이 아니라 학교 부적응자 수용 시설로 인식되고 대안교육 전문가가 아닌 교육청 장학사는 사고만 안 나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관리한다”면서 “설립자가 대안교육에 적합한지 실제 실험 교육이 이뤄지는지 살피도록 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