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로터리]혁신시장 조성해 국내기업 경쟁력 키워야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어종의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고 한다. 당초 양식 목적으로 도입한 외래어종이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으로 우리의 수중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토종어종이 사라지고 있다.

혁신시장에서도 우리의 혁신기업들이 각종 거미줄 규제로 인해 싹을 틔우지 못하고 도전에 대한 의욕을 잃어간다면 국내의 신산업 생태계는 각 분야의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모빌리티 산업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카풀과 온·오프라인연계(O2O)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했고, 우버나 그랩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모빌리티 시장 재진출을 수시로 모색하고 있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용 모빌리티에 대한 규제 정비가 지지부진한 사이 관련 분야의 국내 제조사와 서비스 기업은 이제 해외 기업과의 격차가 심해져 몰락한 수준이다.

국내 원격의료 분야도 성장과 도태의 기로에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원격의료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분야에 있어 가장 후진적인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매번 국회를 넘지 못하고 폐기되고 있으며,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스마트 의료도 시민단체와 이해집단의 반발로 원활한 추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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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산업 기반의 닫힌 규제가 혁신시장 형성을 가로막는 사이에 경쟁국들과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혁신시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미래에는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규제를 풀고 시장을 열어주자 급성장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좋은 사례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종량세가 도입되면서 국내 수제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소규모 업체들의 선전으로 3년 만에 수입 맥주를 꺾었다. 하나의 규제를 해소했을 뿐인데 관련 산업에 이렇듯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 기술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자유로운 규제 환경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며 급성장하는 사이에 우리 기업들은 뛰어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우리 기업들이 뒤늦은 출발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들을 제거해주고, 나아가 규제를 양산하는 입법문화도 적극 개선해주기를 기대한다.

내년부터 벤처기업 확인제도의 주체가 공공기관에서 민간으로 전환된다. 민간의 시각에서 벤처다운 혁신성과 성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벤처확인을 하게 된다. 정부와 국회도 전향적 자세로 현장의 규제를 해소하고 혁신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혁신시장을 조성한다면 글로벌을 선도하는 국내 혁신기업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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