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제이미’로 복귀한 조권
드랙퀸 꿈꾸는 18세 소년 ‘제이미’ 역할 맡아
군에서 오디션 공고 보고 “나 아니면 누가 해”
“내 이야기 같은 제이미 실화…선물 같은 작품”
세상 시선에 더는 위축X…나 다운 나 보여줄것
8년 차 뮤지컬 배우 조권(사진)은 요즘 무대를 통해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고 있다. 군 제대 후 그가 택한 복귀작은 뮤지컬 ‘제이미’다. 드랙퀸(여장남자)이 되고 싶은 18세 소년 제이미의 성장기를 그린 실화 기반의 영국 웨스트엔드 작품으로 조권은 한국 초연 무대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한국 1대 제이미’다. 군에서 잡지 속 오디션 공고를 보고 “이걸 나 아니면 누가 해”하고 생각했다.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하이힐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세상 편견에 맞선 당당함까지. 제이미는 곧 ‘나’였다. “안 하면 땅 치고 후회할 것 같았어요. 정말 하고 싶어서 부대 대장님께 말씀드려 정기 외박을 받아 오디션을 봤죠.” 잘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얀 피부와 날렵한 몸매, 무대를 물들이는 끼… 그게 바로 조권이었다.
“예능에서 보여줬던 끼를 무대에서 좀 더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극 중 제이미는 ‘별종’이라는 세상의 편견 앞에 “이게 바로 나”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조권은 이런 제이미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전역하면 뮤지컬이든 음반이든 예능이든 남의 시선·기준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한번 사는 삶, 나라는 사람을 더 확실하게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만난 게 제이미”라고 전했다. ‘넌 이상해’, ‘그냥 포기해’라는 주변의 질타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소년의 모습은 13세에 연예계에 입문해 달려온 조권의 삶에도 녹아있다.
3분 등장에서 타이틀 롤까지, 7년이 걸렸다. 조권은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 역으로 뮤지컬에 발을 내디뎠다. 이 작품의 헤롯은 단 3분 20여 초만 무대에 오르지만,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다. ‘조권의 재발견’이란 평가가 쏟아졌으나, 그전까지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아이돌들이 뮤지컬에 한창 도전하던 때였고, 그들이 보여준 무대에 실망한 관객도 적지 않던 시기예요. 캐스팅 발표 때 저도 엄청 욕을 먹어서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일단 ‘뚜껑 잘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연습했어요.” 잘 꿴 첫 단추 덕에 프리실라, 체스, 이블데드, 신흥무관학교, 귀환 등 차기작이 이어졌고, 뮤지컬 배우 조권의 필모도 풍성해졌다.
뮤지컬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많이 배우고 알아가고 있다는 조권.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중성적인 매력과 톡톡 튀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에 도전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대까진 제 스스로도 ‘조권에 대한 편견’에 휘둘렸어요. 근데 지금은 중성적인 제 이미지가 무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존재 자체가 ‘특별한 한정판’인 그는 그렇게 ‘조권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사진=쇼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