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유약을 뽀얀 빛깔로 알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자체 제작한 첫 유약은 녹색과 청색을 내는 녹유(綠釉)였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여 ‘유리(琉璃)’라고도 불린 녹유는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생산됐다.
국립익산박물관이 4일부터 녹유를 주제로 한 특별전 ‘녹색 유약, 녹유’를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익산을 대표하는 ‘미륵사’가 녹유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이라는 점이 전시기획의 동인이 됐다. 미륵사 건물지에서 발견된 녹유기와만 1,300여 점에 이른다. 삼국 중 백제는 6세기 초부터 녹유를 입힌 도기를 생산했고, 녹색이 좀 더 짙은 게 특징이다. 사찰 전역에서 고급스런 녹유 기와를 사용한 것은 사비도성 백제왕궁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이라 익산 미륵사의 높은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청자의 등장으로 녹유 도기는 사라졌지만, 푸른 기와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으로 남았다.
전시는 우리나라 첫 녹유기와인 미륵사지 녹유막새의 전모를 최초로 공개한 데다, 국내 고대 녹유 문화재를 처음 한자리에 모은 것이라 주목을 끈다. 미륵사지에서 출토한 녹유 서까래 막새를 비롯해 국보 제125호 녹유 뼈항아리, 보물 제453호 녹유 잔과 잔받침, 사천왕사지 녹유신장상 등 총 177건 2,007점이 선보인다. 11월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