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매각 무산에 따른 피해가 2, 3차 영세 협력 중소기업으로 확산 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한 1차 협력사들이 2, 3차 등 하청 업체에 연쇄적으로 대금을 주지 못하면서 파산 위기에 봉착한 업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유지보수 관련 1차 협력사 A사는 일감을 주던 2차 협력업체인 B사로부터 최근 ‘용역 대금을 지급하라’는 독촉 공문을 받았다. B사는 공문을 통해 “3,000만원 가량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에 지급 명령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에 일감을 받는 A사는 B사에 다시 일부 일감을 주는 구조다.
문제는 A사 역시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점. 상반기까지 이스타항공이 A사에 1억원 가량을 지급해야 하는데 최근 제주항공(089590)과의 인수합병(M&A) 작업이 무산되면서 받아야 하는 대금도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M&A가 무난히 마무리돼도 어려운 판에 이마저 무위로 돌아가 설상가상인 상태다. A사 관계자는 “최근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M&A가 마무리된다는 전제로 체불 대금 30%를 탕감해주고, 나머지 70% 대금도 결제를 1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왔다”며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조건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M&A가 무산돼 일이 더 꼬였다”고 답답해했다.
이미 영세 협력사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단 수천 만원 가량의 미지급만으로도 회사가 휘청거릴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결국 B사에 공문을 통해 ‘매달 100만원씩 3년간 분할 지급을 하겠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1차 협력사들은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하청에 재하청을 받는 영세 협력사들은 파산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 B사의 경우 A사가 제시한 월 100만원 지급으로는 직원 임금조차 줄 수 없다. 이는 수년 간 거래해온 A사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알면서도 대금 지급 독촉을 보낸 이유기도 하다.
영세 협력사들이 살아날 길은 이스타항공의 회생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 더구나 협력사 등과 발생한 매입채무가 올 3월 기준 800억원 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보다 25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인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이어지면서 회생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스타항공의 자회사와 협력사까지 합하면 실직 위기에 놓인 직원은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 3차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에서 시작한 대금 미지급 문제가 2, 3차 하청 업체로 옮아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업체들이 심심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