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입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매매가 1억5,000만원 이하 거래에 대해 취득세를 전액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서울 내 대상 주택은 아파트와 빌라(연립다세대)를 막론하고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서울 외곽 지역의 반지하(지층), 단칸방이 수두룩했다. 다주택자 취득세 최고세율을 4%에서 무려 12%로 끌어올린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다며 내놓은 취득세 감면 조치가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된 정책 대상인 3040세대에서는 “반지하의 집을 사면 취득세를 감면해준다는 대책이 진지한 고민의 산물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3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1억5,000만원 이하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거래 건수는 총 4,754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594건, 빌라 4,160건이다. 전체 거래 건수는 같은 서울시 공동주택 거래 건수인 7만481건의 6.7%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종합부동산세), 거래(취득세), 매도(양도소득세) 전 단계에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7·10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첫 주택 구입 시 △1억5,000만원 이하 100% △1억5,000만원 초과~3억원(수도권 4억원) 이하 50% 취득세 감면 대책을 함께 내놓았다.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나선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대상도 기존에는 신혼부부로 한정했지만 앞으로는 나이와 혼인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적용 가능한 주택이 얼마나 되고, 어떤 주택인지 따져보니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지역은 서울 외곽의 단칸방이거나 반지하인 경우가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매매가 1억5,000만원 이하 거래 건수가 가장 많은 구(區)는 강북구로 733건이었다. 그다음으로 △양천 600건 △강서 481건 △도봉 351건 △관악 217건 △노원 180건 △서대문·성북 176건 △중랑 147건 △강동 140건 등의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이른바 강남 3구 내 거래 건수는 △강남 24건 △서초 12건 △송파 50건에 불과했다.
주택유형별로는 1억5,000만원 이하 전체 거래 4건 중 1건(23.9%)꼴로 반지하였고, 크기가 10평(33.05㎡)도 채 안 되는 주택 거래는 35.6%에 달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젊은 층이 1억5,000만원 이하 다세대주택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노인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가 취득세 감면 기준을 매매가 1억5,000만원으로 잡은 것 자체가 보여주기에 그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시장 현실과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1억5,000만원 이하 집을 수도권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2,204만원이고 서울은 8억4,683만원이다. 1년 전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이 4억6,717만원, 서울이 7억7,459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르게 올랐다. 30대의 한 직장인은 “취득세를 감면받으려면 반지하·단칸방 집을 내 생애 첫 주택으로 사라는 말이냐”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체계적인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 졸속대책의 부작용과 비판을 땜질 처방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청와대 입맛에 맞는 법안만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 시장 혼란으로 인한 국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