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이 신일철주금(일본제철)에 공시송달한 자산압류 결정의 효력이 4일 0시부터 발생하면서 한일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보복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는 3일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 국내 자산 매각’ 절차에 따른 일본의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방침을 검토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기업의 자산압류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압류된 자산의 감정 등 매각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을 이어갈 시간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압류 결정으로 일본 기업의 자산이 바로 현금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부도 “사법부 판단 존중, 피해자 권리 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이라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나가면서 일본 측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긴밀히 협의해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 외에 추가 전범기업에 대한 법원의 공시송달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한일 양국이 외교적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일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은 지난달 31일 압류상태인 미쓰비시 자산 매각 관련 절차를 신일철주금처럼 공시송달로 처리해줄 것을 대전지법에 촉구했다.
청와대는 기존의 ‘법대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일본 기업의 자산압류 시기가 임박한 것에 대해 “(압류 절차는) 법원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법원의 사법적 결정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법원의 결정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공시송달 효력 발생은 이번에 벌어진 추가적 조치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6월 법원이 결정해놓은 사안”이라며 “이를 두고 ‘법원이 본격적인 집행 절차에 착수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박우인·허세민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