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부진, 저유가 상황까지 겹치며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저물가 와중에도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 2018년 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밥상물가는 껑충 뛰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내내 0%, 심지어 마이너스(-) 상승률까지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그나마 올해 1~3월 1%대로 올라서면서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4월 상승률이 0.1%로 뚝 떨어졌다. 5월(-0.3%)과 6월(0%) 연달아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 0.3% 상승률을 보이며 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지만 여전히 0%대 저물가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고교 무상교육에 나서면서 공공서비스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4월께 저점 대비 올라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40달러대로 낮은 까닭에 석유류 물가 상승률이 -10.2%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물가를 0.44%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바깥 활동이 줄면서 통상 2~3% 상승률을 보이던 외식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0.6%에 그쳤다. 공공과 개인 등을 포괄한 전체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0.2%에 머물렀다. 물가 등락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0.7%에 그쳤다.
전반적인 저물가 상황 속에서도 실생활과 밀접한 이른바 밥상물가는 크게 뛰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돼지고기(14.3%)와 국산 쇠고기(9.8%)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장마 탓에 공급이 줄면서 배추(35.7%), 양파(39.9%), 상추(35.9%) 등 채소류 가격도 뛰었다. 농산물 전체적으로 4.9% 상승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축산물은 9.5%, 수산물 역시 5.2% 상승했다.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6.4% 상승했는데, 이는 2018년 11월(7.6%) 이후 상승 폭이 가장 크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일부 품목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외식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지 않은 것을 보면 전체적인 물가 상승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