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월세 전환은 자연스럽다"는 여당…“서민 주거 사다리 또 걷어 차나요"[집슐랭]

저금리 기조·임대차 3법 강행에 전세 사라지는 추세

'갭투자'의 원인으로 집값 상승 주범 지적도 있지만

세입자 주거 안정 기여 및 내집마련 도움 준 점도

국회 본회의에서 30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국회 본회의에서 30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 안젤리나 졸리는 한국으로 유학 온 아들을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고급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그는 따로 월세를 내지 않고도 집을 임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후문이다. 전세 제도는 과거 금리가 높던 시절 집주인은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임차인은 대신 집에 거주할 권리를 얻는, 전세 계약은 일종의 ‘윈윈(Win-win)’ 계약으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차 계약의 형태다. 전세의 시초가 언제인지 명확히 전해져 내려오는 내용은 없지만,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도시 지역에서 태동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당,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 온다>

그런데 요즘 전세가 주택 시장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여당이 초고속으로 처리한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는 사라지고 대신 월세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당에서는 전세를 ‘과거의 유물’로 보는 분위기이다. 부동산 규제 및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 매물 감소 및 월세화 추세에 세입자들은 긴장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은 이는 당연한 추세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은 아니다”라며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 제도를 놓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우선 ‘집값 상승’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 매수가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갭투자라는 부동산 투자 방법이 나왔고 이가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6.9%다. 달리 말하면 아파트 가격의 43.1%만 갖고 있다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적은 현금으로 집을 매수할 수 있어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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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통과된 뒤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통과된 뒤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실은 세입자 주거안정에 한 몫>

지만 동시에 전세 제도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대체로 전세보증금 대출의 이율이 전·월세 전환율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도 전세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 방안을 추구했다. 이들은 각종 대출 지원 상품 등을 통해 저소득층이 전세자금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디딤돌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대출 등 상품의 이율은 연 1.2% 수준으로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4.0%)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일반적인 전세 자금대출 또한 대다수가 2%대 금리로 월세 부담과 비교하면 부담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서울 등 대한민국 도시는 세계의 여타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매매가격 대비 임대료 부담이 낮은 편에 속한다. 국제도시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 도심 아파트의 ㎡당 가격은 1만6,983.8달러로 474개 도시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교외 아파트 또한 ㎡당 7,621.8달러로 459개 도시 가운데 14위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 도심 침실 3개 아파트의 월세는 2,184.1달러로 543개 도시 가운데 97위를 기록했다. 서울 교외 아파트의 경우 더 낮았다. 월 1163.3달러로 544개 도시 가운데 199위를 기록했다.

전세보증금이 서민의 ‘목돈’ 역할을 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보증금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종국에는 레버리지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한국 주택시장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상승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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