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사상 처음으로 2,000달러를 돌파하며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이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은’은 어떨까요? ‘가난한 사람들의 금’이라는 별칭처럼 은은 앞으로도 계속 금보다 낮은 위치에 머물까요?
7월 은 수익률 34%…모든 주요 금융자산 제쳐 |
사실 금값을 끌어올린 요인들은 은값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금 소매업체인 발라우룸의 에드 모이 스트래지스트는 “은은 종종 ‘가난한 사람의 금’으로 불리는데, 금값 상승을 초래하는 요인들이 은값에도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금값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의 엄청난 규모의 통화·재정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공포와 언제 어떻게 세계 경제가 회복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공포와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값을 끌어올렸다면, 은값에도 똑같이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저평가된 은, 금 상승율 추월도 가능 |
그래니트셰어즈의 라이언 지아니노토도 “은이 사상 최고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은값이 두 배 이상 오를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극적인 시나리오를 배제하는 것도 현명하지는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메탈스데일리의 로스 노먼 최고경영자(CEO)도 “은이 금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게 분명하다”며 “이는 은이 여전히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애널리스트인 수키 쿠퍼는 “투자자들이 일단 금값이 떨어진다고 느끼면 은으로 돌아서거나 금·은 비율을 보고 은이 저평가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은의 사용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미쓰비시의 애널리스트인 조너선 버틀러에 따르면 전자제품과 태양광 패널에서 산업용 은이 사용되는 것도 수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은의 수요를 늘렸는데, 마스크와 장갑을 만드는 데 필요한 플라스틱에 쓰이는 산화에틸렌의 촉매제로도 은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은이 금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산업용에서 수요가 탄탄한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죠. 이 때문에 USB의 애널리스트들도 앞으로 6개월 동안 은값이 26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산업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긍정적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은 광산 공급이 중단된 것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도 은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CNBC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친환경 인프라를 강조하기 때문에 열차나 버스 등은 전기나 친환경 연료로 운행되며 친환경 경전철이나 버스 시스템 등도 개발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은값의 행방은 어디로 |
다만 모두가 이 같은 전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건스탠리는 은값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값이 지금보다 더 꾸준히 상승하기 위해서는 산업수요가 훨씬 강력해야 한다는 설명이죠. 특히 은이 태양광패널의 핵심 부품인 반면, 태양전지에서는 금속이 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은의 수요에 부정적일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럼 은에 투자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합니다. 현물을 사는 방법도 있지만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죠. 만약 미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면,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를, 국내 시장에서는 KODEX 은선물을 고려해볼만 합니다.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고 싶다면 신한 은 선물 ETN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