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가 지난 3월31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기자 관련 MBC 보도가 나가기 직전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한동훈을 내쫓을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MBC를 중심으로 불거진 ‘권언유착’ 의혹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는데,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MBC 보도가 나가는 당일 방통위원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보도가 나갈 예정임을 미리 알았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권언유착인지 설명 좀 해달라”며 항변했다.
앞서 권 변호사는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며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몇 시간 후 한동훈 관련 보도가 떴다. 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며 “이명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였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권 변호사는 또 “다행히 침묵하던 진중권 교수가 전면에 나서서 거대한 바리케이트가 되어 주었다”며 “진 교수의 전투력으로 공포감은 차츰 완화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권 변호사가 언급한 ‘대통령과 회의를 하고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니냐는 유착의혹 제기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 교수도 한 위원장을 거론했다. 그는 “MBC 보도를 전후하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지현진-최강욱-황희석의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한 위원장은 통화를 한 것이 보도 이후라고 하나, 그 말이 맞는다 하더라도 3월31일 MBC 보도에는 아직 한동훈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4월 2일 보도로, 거기서도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벌써 ‘한동훈 쫓아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는 방송통신위원장, 열린민주당 대표이자 의원, 같은 당의 최고위원 황희석이 한동훈을 쫓아내는 ‘작전’을 공유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3월22일 황희석 최고위원은 최강욱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밝혔다. 제보자X로 불리는 지씨도 해당 글을 공유하며 “부숴 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동조했다. 지씨는 이번 수사에서 참고인과 피의자 자격으로 세 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당시 황 최고위원이 변호를 맡았다.
진 전 교수는 “단순히 사건의 성급한 ‘예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동훈을 쫓아내기 위해 세 가지 거짓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KBS에서 이를 보도했다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누군가가 그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confirm(확인) 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공작에 한상혁 방통위원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간부까지 가담했다는 얘기이며, 거기에 MBC가 동원되고, KBS가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비록 이를 허위로 인지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 공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며 “수상한 문서누출 사건, 황당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하여, 추미애의 법무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여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황 최고위원은 방송통신위원장이 MBC 보도를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황 최고위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통위원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보도가 나갈 예정임을 미리 알았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권언유착이냐”며 “31일 당일에는 나도 보도가 나갈 것임을 들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이동재와 한동훈은 MBC가 취재하고 있고 보도가 나간다는 것을 나보다 먼저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