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귀신에 홀린 듯 착오송금 年3,000억, 돌려받을 길 소송밖에 없다는데...

모바일 등 간편송금 늘며 급증

1~5월 7.5만건...액수는 23%↑

"개인 실수, 세금보전 부적절" 지적

정부·금융사 출연 빼고 법안 재발의




#직장인 김서경(가명)씨는 최근 지인에게 모바일뱅킹으로 300만원을 보내려다 엉뚱한 사람에게 송금하고 말았다. 김씨는 “계좌주 이름이 달랐지만 모바일 송금이 워낙 간편하다 보니 귀신에 홀린 듯 송금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은행에 착오송금 사실을 알렸지만 은행으로부터 “받은 사람이 반환을 거부했다”며 “돌려받을 방법은 소송밖에 없다”는 답을 받았다.

시중은행 모바일뱅킹이나 핀테크 등으로 간편 송금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착오송금이 급증하고 있다. 6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착오송금 신고 건수는 지난 2018년 13만3,951건(2,965억원)에서 지난해 15만8,138건(3,203억원)으로 액수 기준으로 8% 늘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1~5월에는 7만5,083건, 1,567억원으로 액수는 전년에 비해 23.5% 급증했다.


갈수록 송금 방식이 간편해지면서 사고 건수는 늘고 있지만 돌려받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예보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 사법체계에서는 받은 사람이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을 제기해야만 돌려받을 수 있다”며 “소송비용 부담 등으로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착오송금 미반환율은 48.1%(액수 기준)를 기록하는 등 착오송금자의 절반가량은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로 수취인 연락처 변동 등으로 반환이 안 이뤄지고 있지만 ‘상대방 잘못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고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있기는 했다. 민병두 당시 정무위원장은 예보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를 추가하고 전담 계정도 신설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재원은 △정부·금융사 출연금 △수취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회수액 △여유자금 운영수익 및 차입금으로 했다. 예보가 먼저 착오송금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토대로 수취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구조다. 하지만 재원에 정부·금융사 출연금이 들어가며 “개인의 실수를 국민 세금, 금융사 돈으로 보전해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과 신용정보법 등 다른 중점 법안 논의에 밀려 임기만료 폐기됐다.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왔다. 현재 민주당의 김병욱, 양경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 올라와 있다. 두 법안 모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정부와 금융사의 출연금을 재원에서 빼고 정부·한국은행·시중은행 등으로부터의 차입, 부당이득반환채권 회수금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다만 이로 인해 예보에서 필요한 인원이 20~3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공공기관의 몸집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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