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이란 용어가 정확히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국내에 캠핑카가 대중화되지 않고 차박 관련 용품은 물론 캠핑장조차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을까. 차박계에서 원조로 통하는 김정웅(80)·이정자(79)씨 부부에게 초보 차박러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알아둬야 할 점을 물어봤다.
김씨 부부는 차박의 개념도 없던 시절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온 1세대 차박러다. 방송에서 몇 차례 소개된 이들 부부는 차박계의 유명인사다. 김씨 부부가 처음 차박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7년 기아차 봉고를 구매하면서부터다. 인테리어업을 하던 김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대전 대청호 인근에서 차박 중인 김씨 부부를 만났다. 7월 중순께 집을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대전까지 내려왔다는 부부는 보름째 차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연중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100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 부부에게 차박은 일상 그 자체다. 집보다 차가 편하다는 이들도 차박을 중단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시기가 있다. 바로 요즘 같은 장마철이나 폭설이 내리는 한겨울이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김씨는 “장마철에 계곡이나 하천에서의 차박은 자살행위”라며 “꼭 장마철이 아니더라도 여름에는 순식간에 물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계곡이나 하천 주변에서의 차박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험이 없는 초보 차박러라면 오토캠핑장에서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차박을 경험할 것을 권했다. 처음부터 무조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오지에 갔다가 차가 고장 나거나 물에 빠지는 등 만일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수시설과 식수·샤워장이 마련된 캠핑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안전한 차박에 도움이 된다.
출발 전 차량정비도 필수다. 김씨는 집을 나서기 전 반드시 타이어부터 엔진오일·냉각수 등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기본적인 고장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비도구를 싣고 다닌다. 그는 “차박하는 곳들이 대부분 오지이고 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도 많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전자장비만 믿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GPS가 수신되지 않거나 내비게이션에 자세히 표시되지 않는 곳들이 많은 만큼 항상 종이지도를 차에 두는 게 좋다. 차박 장소를 물색할 때 라디오를 켜놓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도 습관화해야 한다. 구급약품이나 소화기 등 안전장비를 비치하고 밀폐된 차량 안에서 조리하지도 말라고 조언한 김씨는 “차박은 나뿐 아니라 동반자의 안전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