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급등하며 은행의 전세자금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7월에는 보통 휴가·장마로 전세대출이 주춤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5대 은행에서 이례적으로 한 달새 2조원이 넘게 뛰었다. 연말에는 전세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도 고공행진하면서 가계대출 규제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전세대출 잔액은 94조556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201억원(2.2%) 불어났다. 지난해 말(80조4,532억원)과 비교하면 13조6,024억원(16.9%) 급증했다. 전세대출 증가 폭은 올 2월에 2조7,034억원(전월 대비) 늘며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컸다. 이후 5월 1조4,615억원에 그치는 등 둔화했지만 7월에 다시 2조원대로 확대됐다.
보통 7월은 전세대출이 많지 않은 달이다. 전세대출은 전세금 잔금을 치르고 세입자가 입주할 때 이뤄지는데 7월은 휴가와 장마로 전세 이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도 전세 거래 자체는 적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972건으로 6월(8,626건)에 비해 1,654건(19.2%) 줄었다.
거래량은 적은데 대출잔액이 늘어난 것은 결국 전셋값이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령 이전에는 보유자금만으로 대출 없이 전세를 살 수 있었지만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올라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KB국민은행 전국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달 100.898(기준 100=2019년 1월 가격수준)로 통계가 작성된 1986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도 102.437로 사상 최고였다.
이 같은 증가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전세 매물이 없어 전셋값이 계속 올라 전세대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은행 역시 주택 전세가격 상승요인이 하락보다 우세하다고 봤다. 7월 말 잔액이 94조원를 넘은 상황에서 연말까지 5개월간 1조2,000억씩만 늘어나면 100조원을 돌파한다.
전세뿐만 아니라 주담대·신용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7월 452조8,23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3,672억원(0.3%)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지난달 말 120조1,992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6,760억원(2.3%) 늘었다. 신용대출은 6월에 전달 대비 2조8,374억원 늘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지난달에도 2조원대 중반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출 규제에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려는 경우도 많아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