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인수전이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의 ‘2파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기존에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트위터가 틱톡과 예비협상을 시작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MS보다 기업 규모가 작은 트위터가 반(反)독점 위반 조사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자금력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 어느 곳이 최종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위터가 틱톡과 합병 가능성을 놓고 예비협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안에는 틱톡의 미국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틱톡 인수전에 뛰어든 MS와 달리 중국에서 접근성이 제한된 트위터로서는 인수에 성공하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질세라 몇 주 앞서 틱톡과 인수협상을 벌여온 MS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MS는 틱톡의 미국 및 해외 사업 인수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MS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오는 9월15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틱톡 인수협상을 늦어도 9월15일까지 마무리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가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며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장에서는 일단 MS가 틱톡 인수에 유리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트위터가 MS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데다 기업가치가 수백억달러로 추산되는 틱톡과 합병할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트위터의 시가총액은 약 293억8,000만달러(약 34조9,181억원)로 MS(1조6,000억달러)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다. 보유 중인 현금 및 단기 투자 규모도 6월 기준 78억달러로 MS(1,360억달러)가 17배 이상 많다.
따라서 트위터가 틱톡을 인수하려면 현금을 모두 쏟아붓고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최종 협상 타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트위터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MS와 같은 거대 공룡 기업보다 반독점 조사 강도가 낮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그동안 MS·구글 등 거대 IT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경쟁을 훼손해왔는지 조사해왔다. 이 같은 반독점 조사는 소셜미디어 그룹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MS가 틱톡을 인수할 경우 강도 높은 조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위터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반독점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낮다고 WSJ는 분석했다.
빌 게이츠 MS 공동창업자도 MS의 틱톡 인수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트위터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MS의 틱톡 인수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창업자는 8일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사업에서 덩치를 키우는 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모회사와의 거래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틱톡 측은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틱톡은 이르면 11일 ‘틱톡 소유주와의 거래금지’ 행정명령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소송을 틱톡의 미국 사업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남부 연방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