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상훈 무죄로 검찰 별건·과잉 수사 논란 거셀 듯

['삼성 노조와해' 이상훈 전 의장 항소심서 무죄]

법원 "노조파괴 보고문건, 증거능력 없다"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의장./연합뉴스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의장./연합뉴스






삼성과 재계는 10일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됨에 따라 이번 판결이 미칠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날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추후 판결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삼성노조 와해 의혹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별건 수사 및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를 않았다. 검찰이 다른 사건을 수사하며 얻은 증거를 가지고 별건으로 이 사건 수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당초 검찰은 지난 2018년 2월 삼성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의 단서를 찾았다.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다가 노조 와해 문건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발견했다. 이후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별건·과잉 수사 논란이 이어졌다. ‘

삼성 측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줄곧 이 같은 검찰의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압수수색은 영장에 적시된 장소에 대해서만 집행해야 하는데 그 외 장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전 의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계에 집중해 수사를 벌이며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내 재무 전문가인 이 전 의장은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경영지원실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 부회장이 2018년 3월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하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면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이 전 의장은 지난해 말 구속되면서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다. 이 같은 이 전 의장의 경력과 역할을 고려할 때 재계에서는 검찰이 삼성 최고경영진의 지시로 노조 와해 사건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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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2심 재판부가 이번 사건의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의 별건·과잉 수사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이 5월 ‘뉴 삼성’을 선언한 후 노사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 방침을 공식화한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삼성은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온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와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김씨가 철탑에 오른 지 1년여 만이다. 당시 합의는 노사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입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내 노조활동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선언을 한 후 삼성 계열사에서 나온 첫 노사 합의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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