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넷플릭스와 협력? 대결?”.... 토종 OTT의 딜레마

LGU+ 이어 KT도 손잡은 넷플릭스, 시장지배력 더 강해져

토종 OTT 경쟁력 역부족...연합군 결성 논의도 실행 미지수

카톡TV까지 내년 출시 앞둬 생존 둘러싼 업계 고민 깊어져

KT 모델들이 인터넷(IP)TV ‘올레tv’를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KTKT 모델들이 인터넷(IP)TV ‘올레tv’를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KT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넷플릭스의 손을 잡으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LGU+와 KT는 넷플릭스를 통해 자체 IPTV는 물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쟁력을 손쉽게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토종 OTT의 성장에 발목만 잡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 영향력에서 벗어나 지상파들과 함께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인 SK텔레콤과 ‘티빙’ 출범을 앞둔 CJ ENM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로 LGU+인터넷(IP)TV 가입자 436만명에 더해 KT 738만명까지 총 1,174만명이 거실 TV에서 간편하게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자체 OTT ‘시즌’이 있음에도 KT가 글로벌 콘텐츠 최강자 ‘넷플릭스’ 손을 잡고 가입자 확보에 나선 것이다.


KT가 시즌을 사실상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면서까지 넷플릭스 손을 잡은 이유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와의 제휴는 현대 HCN 인수 등 유료방송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선 KT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KT는 지난 2018년 IPTV 업계 최초로 넷플릭스 손을 잡은 LGU+가 그해 하반기 가입자 수를 1년 만에 387만명에서 436만명으로 확대한 것을 지켜봤다.

1115A15 OTT별 국내 이용자 수


하지만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잠식할 판을 KT가 깔아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KT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접근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넷플릭스가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6월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466만명으로, 웨이브(271만명)와 티빙(138만명)에 비해 압도적이다. 결제액(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도 올해 4월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많아졌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이 같은 성장세에 대항하기 위한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의 경쟁력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용자 수도 웨이브 271만명, 티빙 138만명으로 넷플릭스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6월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KT가 넷플릭스 손을 잡으면서 이 같은 계획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관련기사



“뭉쳐야 산다”면서 토종 OTT 연합군 형성에 대한 논의도 나왔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단계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이 지난달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CJ ENM 측이 “공식적인 제의나 접촉이 오간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고, CJ ENM과 JTBC의 OTT 합작법인 ‘티빙’ 출범도 당초 8월에서 10월로 늦어졌다.

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인 tvN 새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사진제공=tvN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인 tvN 새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사진제공=tvN


더욱이 콘텐츠 경쟁력도 부족한 형국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CJ ENM, JTBC가 지난해 말 3년간 20여 편 이상의 콘텐츠 공급 및 글로벌 유통을 위한 제휴를 맺으면서 tvN과 JTBC의 인기 콘텐츠들은 토종 OTT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다. 최근 이용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사고 있는 tvN 새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까지 넷플릭스 방영을 확정 지으면서 이용자들이 넷플릭스 대신 토종 OTT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시장에 등장을 예고한 신흥 플레이어의 역할도 주목된다.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미디어 실험 계획을 밝힌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지식재산권(IP) 기반으로 카카오M에서 오리지널 드라마나 예능 등을 제작해 카카오톡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 플랫폼 ‘톡TV(가칭)’을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2·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넷플릭스를 염두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특별히 경쟁사를 따로 두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은 매일 평균 70분 이상의 콘텐츠를 카카오톡에서 즐기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 소비를 경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