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시금고’ 제안서 마감일이 임박하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막판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예산규모(세입예산)만도 14조원에 달해 서울시 다음으로 세입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광역 지자체 평균보다 1조5,690억원이 많은 시금고 지정인데다 올해부터 주금고(1금고)와 부금고(2금고) 간 복수지원이 가능해져 은행 간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20년 넘게 주금고를 지켜왔던 BNK부산은행에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도전하는 모습이지만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간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예측불허의 한판이 되고 있다.
10일 부산광역시와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8일 부산시는 시금고 제안서 접수를 마치고 다음 달 금고지정과 약정 체결을 할 예정이다. 차기 시금고 약정 기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 주금고(일반회계) 예산 예치금액은 10조3,046억원, 부금고(특별회계) 예치금액은 2조5,966억원이었다. 올해 예산은 이보다 8,7982억원 증가한 13조7,805억원이다. 광역 자치단체 평균 세입예산 12조2,115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한편 20년 넘도록 빗장이 걸려 있던 주금고에 시중은행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금고 경쟁은 부산은행과 국민은행 간 2강 구도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부산은행은 2001년 이후 4년마다 치러지는 유치 경쟁에서 5회 연속 주금고를 놓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자 지역 중소기업에 3,000억원 금융지원에 나섰고,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발급, 지역화폐인 ‘동백전’ 발행을 부산시와 호흡을 맞추며 추진했다. 지역 대표 은행에 대한 지역 여론의 신뢰가 두터워 시민단체의 지지성명을 받기도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은행도 매섭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간 부산은행 ‘아성’에 부금고라도 확보하기 위해 주금고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복수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캐피탈을 앞세워 리스 차량 소재지를 부산으로 대거 옮겨와 4년 동안 취득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 수입에 1,000억원을 기여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농협은행은 부금고 탈환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01년부터 12년 내리 부금고를 관리하다 2013년 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줬다. 절치부심하며 수년간 40억원을 들여 부산시민공원에 ‘농협숲’을 조성하는 등 부산 지역 여론에 공을 들였다. 전국권 금고망을 가진 노하우도 최대한 부각시킬 방침이다.
변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주·부금고에 같은 은행이 동시에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농협은행 간 전략적 협력 관계가 점쳐지는 배경이다. 부산은행이 주금고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주·부금고를 동시에, 농협은행이 부금고에 전력을 다할 경우 부산은행을 따돌리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부산시 금고지정 설명회에 참석하고도 여전히 관망 중인 하나·신한·우리은행의 전격적인 참여도 막판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