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세 20조 급감했는데 총지출은 31조 급증...커지는 '재정 크레바스'

■상반기 재정동향

강미자(오른쪽)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장과 장영규 조세분석과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월간 재정동향 2020년 8월호 발간과 관련해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강미자(오른쪽)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장과 장영규 조세분석과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월간 재정동향 2020년 8월호 발간과 관련해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나라 살림 가계부’로 불리는 올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10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제출한 2020년 관리재정수지 전망치(-111조5,000억원)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4차 추경 등 코로나19로 인한 돌발변수에 따른 추가 지출이 현실화할 경우 적자 규모가 정부 예상보다 훨씬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 상반기 국세 수입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조원 넘게 쪼그라든 가운데 경기 악화로 법인세 세수가 31.5% 격감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세수 절벽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세 수입은 줄어드는데 총지출은 급증하고 있어 ‘재정 크레바스(균열)’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1~6월 누계 기준 국세 수입은 226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조1,000억원 덜 걷혔다. 정부가 올해 1년간 걷으려는 세금 목표액 중 실제 걷은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세수진도율(2차 추경 기준)은 45.7%로 지난해(53.2%)보다 7.5%포인트 하락했다. 정부는 세정 지원과 같은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만큼 7월부터는 세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한 세수 부진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세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법인세 세수는 2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2조8,000억원) 대비 31.5% 쪼그라들었다. 세정 지원 등의 영향으로 법인세 세수가 부진한 것도 있지만 장기화하는 경기 부진,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주요 수출국의 록다운(lockdown) 조치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치며 총지출은 계속해 불어나고 있다. 세 차례 편성한 추경 집행 등으로 올해 상반기 총지출은 316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총수입은 줄고 총지출은 느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매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6월까지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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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는 2014년 이후 관리재정 수지 월별 실적 등을 살펴보면 매년 상반기 재정 수지와 연간 총 관리재정수지 규모가 유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최종 재정 적자 규모가 기존 전망치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 과장은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과 세목 특성상 매년 6월 수지는 적자를 보여온데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면서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관리재정수지 월별 패턴, 세정 지원에 따른 하반기 세수 유입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연말에 정부 전망 수준(111조5,000억원 적자)으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돌발변수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올해와 최근 몇 년의 평균적 재정 수지 추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진행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고 경기 부진 장기화로 국세 수입 부진 기조도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기백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현재는 굉장히 특이한 위기 상황이기에 최근 몇 년간의 추세처럼 똑같이 흘러갈 거라고 보는 것은 힘들 수 있다”며 “지출뿐 아니라 세수가 더 안 들어올 가능성도 있고 기존 재정수지 전망치로 수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6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764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000억원 줄었다. 국고채가 6월에 상환된 데 따른 것이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올해 ‘조기 집행 관리 대상 사업’ 305조5,000억원(2차 추경 기준) 중 6월 말까지 집행한 실적은 203조3,000억원이었다. 연간 계획 대비 집행률은 66.5%로 역대 최고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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