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원격의료를 금지한 나라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환자 직접 진찰)은 의사의 직접 대면 진료만을 허용한 것이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한시적으로 전화진료가 허용됐다. 그러던 올해 5월 14일 대법원이 의사가 환자를 전화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한 형사사건에 대해 유죄취지로 원심인 서부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에 대해 일부 언론은 ‘비대변의료 필요성이 대두되는 코로나 19 시대에 역행한 판결’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논지로 보도했다.
필자는 위와 같은 논지의 언론 보도들은 이 대법원 판결의 진짜 의미를 놓친 것이라 본다. 대법원은 2013년부터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은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해 왔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3년 4월 11일 선고 2010도1388 판결 참조).
이번 판결은 위 판결의 연장선에서 의사의 전화진찰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초진환자는 어떤 경우에 진찰’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보완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지 원격진찰을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다. 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료’ 조항은 대면진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초진의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상황이 전제돼야 ‘진찰’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 그 핵심이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인 의사가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에게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한 사실, 피고인 의사는 위 전화 통화 이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환자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인정해 이는 의료법 조항에서 말하는 ‘진찰’이 아니라고 봤다. 즉,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초진의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발전 등으로 현재 세계 각국은 원격의료의 범위를 적극 도입해 가고 있다. 최근 미국 원격진료 업체 텔레닥이 리본고를 22조원에 인수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2010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 현재는 간편하게 영상통화로서 환자를 원격 ‘대면’하고 환자의 용태를 육안으로 살피며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시대의 주요 사업으로 개인건강정보를 개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고 있어 초진환자라 할지라도 원격진찰하는 의사에게 환자의 기존 병력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일관된 대법원판결에도 원격진료가 금지됐다는 입장을 버리고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반복된 대법원 판결로 원격진찰은 사실상 허용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