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근절시키겠다”고 선포한 후 정부가 그야말로 부동산시장 ‘올 코트 프레싱’에 나섰다. 대출규제 위반 적발 시 엄정 처리하겠다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은 물론 국세청장·경찰청장까지 한자리에 모여 고강도 단속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대대적인 부동산 사정 국면에 금융기관의 대출심리가 위축돼 결국 애먼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홍 경제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초 신고분에 대한 고가주택 실거래 조사 결과 다수의 이상 거래 의심사례가 추출돼 불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국세청 통보, 과태료 부과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과 세종에 대해서는 지난 7일부터 진행 중인 경찰청 ‘100일 특별단속’과 국세청 ‘부동산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의 점검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부동산카페·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교란행위에 대해서도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온라인 플랫폼 교란행위에 대해 올해 2월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의거,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내사 착수, 형사 입건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대출규제 위반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고 전날 윤 원장은 편법대출이 없는지 집중 점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은행에서는 당국의 감독 수준이 이미 센 상황에서 은행 차원의 편법대출은 없어 결국 신용대출을 조이는 쪽의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달 신용대출이 3조7,000억원 늘어나 21개월 내 가장 큰 월별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한은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막히자 금융소비자들이 신용대출을 동원해 부동산 등의 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A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까지 대출을 받고 모자란 금액을 신용대출로 받는 것은 금지돼 있으며 A은행에서 주담대, B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은 생계자금 등으로 쓰일 수도 있어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신용대출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자금 사용처에 대한 제출 의무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심사 때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 때 최대한으로 받아놓으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은행이 대출을 취급할 때 아무래도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윤 원장이 대출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면서 ‘문제 될 소지가 있는 대출은 아예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원장의 발언 이후 금감원이 어떤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사업자·법인 대출이다. 6·17부동산대책으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는 주담대가 전국에서 전면 금지됐다. 다만 이외 업종 사업자는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면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자·법인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국 차원의 LTV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은행 자체 LTV가 적용된다”며 “일부 ‘사장님’들이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고 하고 LTV 80%를 적용받아 자기가 살 집을 매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택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것이므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업자 등록을 ‘급조’해 사업자대출을 받는 경우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사업자등록증 발급에서 대출 실행까지 2주’라는 광고성 글이 버젓이 게시되고 있다.
사모펀드도 대표적 타깃이다. 6월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월드타워 한 동을 통째로 매입했다가 새마을금고가 회수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있었는데 유사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대부업을 통한 우회대출도 중점 점검 대상이다. 현재 저축은행 등 일부 2금융권은 고객에게 LTV 한도를 꽉 채워 대출해준 후 그래도 모자란 금액은 대부업체를 알선해줘 대출을 받게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사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므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송종호기자, 세종=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